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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예성 Oct 17. 2023

자발적 자유3_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27


이때, 권총을 들고 등장하는 성한.     

성  한          이런 식으로 규칙을 깨시겠다.

진  순          (총으로 성한을 겨냥하며) 아직도 규칙 타령이야? 

성  한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규칙을 지키면 천국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옥이 될 거라고. 첫째, 정숙할

                  것. 둘째, 탈출하려 하지 말 것.

보  성          (떠오른 듯) 그래, 로스토프 증후군. 

     

모두 보성을 본다.     


보  성          그거였어. 조용히 하라는 이유. 일백만 명 중에 한 명이 걸린다는 희귀한 병. 그 병에 걸린 사람

                  은 하루에 2시간밖에 깨어있을 수 없어. 22시간 이상을 자야 해. 깨어서 근육을 조금이라도 쓰

                  게 되면 죽게 되는 병이야.  

성  한          역시 영특하군.

보  성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이상했어. 왜 우리는 수면유도제가 든 차를 먹고 일찍 잠들어야 하고 이

                  집에서는 왜 큰소리를 내면 안 되는지. (팔을 걷는다) 이 자국. (성한을 보며) 그리고 항체를 찾

                  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너희들. 이 집 어딘가에는 그 병을 앓고 있는, 어떤 한 인간이 있을 거야.

                  그 인간이 22시간을 자야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거고. 왜? 그러지

                  않으면 그 인간이 죽으니까. 씨발! 근데 왜 누군지도 모르는 그 인간 때문에 우리가 이 감옥같은

                  곳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      


보성이 분노하며 소리친다. 영란이 허무한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영란을 부축하는 수영. 성한이 보성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진순은 성한을 향해 총을 겨눈다.     


성  한          조용히 해. 어차피 너희나 나나 이제 이 집 밖으로 온전히 나갈 수 없어. 너희들이 다 망쳤어. 이

                  십 년 만에 당당한 모습으로 내 딸을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보  성          그동안 우리를 애완동물처럼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실험 대상으로 잘 키우고 있었는데 일이 수포

                  로 돌아가다니 안타까워서 어떡하지? 이제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으니 말이야. 

수  영          보성아, 가만히 있어. (성한에게) 그 총, 총 내려놔요.

성  한          (수영에게 총을 겨누며) 왜, 네가 대신 죽게?  

   

진순이 성한이 움직이는 사이 성한을 향해 총를 쏘지만 총알이 없다.     


진  순          이런 제길.

수  찬          넌 쓰레기야!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이나 치는 비열한 쓰레기!

성  한          (처음으로 큰소리를 치며) 시끄러워! 네가 뭘 안다고 그따위로 지껄여? 쓰레기? 너희들처럼 지

                  들 아픔밖에 모르는 인간들이 쓰레기 취급받으며 산다는 게 뭔 줄이나 알아? 

영  란          그래서 우릴 죽이시겠다고? 하하하. (성한에게 다가가며) 그래, 죽여. 죽이라고. 어차피 여기서

                  나갈 생각도 없었어. 나가봤자 또 경찰에 쫓기겠지.      


영란이 성한에게 달려들자 영란의 다리에 총을 쏘는 성한. 그 자리에 쓰러지는 영란.  놀라서 영란에게 달려오는 수영과 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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