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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Jan 19. 2022

고독을 즐기는 법

노모의 일상

 몇 가지 취미를 찾아서

   여든 중반의 내 어머니는 코로나로 마실 갈 곳이 사라진 뒤 하루하루를 힘들어하신다.

'사람이 그립다'는 말씀을 자주 하실 정도로 외로워하신다.

하지만 날마다 어머니와 함께 해드리지 못하는 자녀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온종일 딱히 할 일 없이 홀로 지내셔야 하는 어머니의 일상이 무료하실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때는 코로나 우울증이 염려된다는 병원 의사의 조언을 들었던 적도 있으니 어머니의 일상이 자녀들에겐 걱정스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그저 자식들의 목소리며 사는 모습이 그리울 뿐이라고 통화할 때마다 말씀하시면서도 자식들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시는 것은 선뜻 찬성하시지 않는다. 어쨌든 혼자서 무료하지 않게 살아가는 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취미생활을 찾는 것이라고 자식들은 생각했다. 언니 딸인 나의 조카도 취미를 찾아드리는 것에 찬성하였다. 고등학교 교사인 조카는 할머니가 취미생활을 하시면 좋겠다며 물었다.

 "할머니는 취미가 뭐예요?"

"글쎄다. 내가 언제 취미 같은 것을 생각해 봤어야지..."

어머니는 난처해하시며 손녀딸에게 뭐라 대답해야 할지 쩔쩔매셨다. 나의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바느질로 소 일거리를 삼으셨던 분이다. 자녀들의 옷도 만들어 주실 정도로 손재주가 있으셨고 농촌 사람들이 농사일할 때 입는 "몸빼바지"를 만들어서 용돈 벌이를 하시곤 했다. 물론 이런 할머니의 경력을 손녀딸이 알리는 만무다. 그렇다고 허리도 좋지 않고 시력도 안 좋으신 어머니께 새삼 바느질을 하시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어머니를 대신해서 어머니가 좋아하실 만한 취미를 찾아보았다. 바느질보다는 뜨개질이 좀 나을 듯싶었다. 어머니께 심심하지 않게 뜨개질을 하시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머니도 뜨개질이 좋다고 하셨다.

 어느 날 손녀딸은 할머니를 위해 뜨개질 도구며 실꾸러미와 덤으로 컬러링 북을 사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하루 한 장씩 색칠공부를 하시도록 컬러링 북 사용법을 안내해드렸다.

 어머니는 이제 할 일이 생겼다며 좋아하셨다. 그 후로 어머니는 수세미 뜨기를 하셔서 자식들에게 나눠주셨고 컬러링 북에 색칠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하루 한 장이 아니라 다섯 장까지도 너끈히 완성하셔서 자식들에게 보여주셨다.


                          <나의 어머니가 색칠하심>


어머니의 취미를 찾아드린 건 참 잘 한 일인 것 같다.  평소 자식들은 어머니가 그림을 좋아하신다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손녀딸이 사다 준 꽃그림이 있는 컬러링 북을 받아 들고서 행복해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그림을 좋아하시는구나, 알게 되었다. 색칠할 때 집중하시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로 진지하고 차분하셨다.

일정 분량을 규칙적으로 하시라고 권유해 드려도 그림이 맘에 들고 집중이 잘 되실 때 책 한 권을 한꺼번에 다 하실 정도로 좋아하셨다.



하루 일과표를 정하다

팔순을 넘기신 어머니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아이와 닮은 점이 있다. 반복적인 일에 쉽게 권태로워하시는 점이다. 어머니께서 색칠공부 책을 서너 권쯤 완성하시고는 이제 그만 하시겠단다.

반복적인 일상이 무료하실 만도 하겠다 싶어 어머니의 일과표를 정하기로 했다. 또다시 손녀딸이 할머니의 맞춤형 일과표와 일기장을 만들어 드렸다. 역시 학교 슨상님은 다르다며 감격해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자식들은 어머니의 하루가 행복하시기만 바랄 뿐이다.


<어머니의 일과표>



즐거운 일을 찾아라

고독은 내가 혼자임을 인식할 때 찾아온다. 비혼자들은 흔히 말한다. 정신없는 평일에는 전혀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 앞에서 미치도록 힘들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 가끔은 아플 때, 명절이나 연휴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비단 고독은 비혼자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나는 온 가족이 다 모인 집안에서도 고독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내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듯 내 자식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다. "엄마도 취미 생활을 해봐요~ 외롭다고 놀아달라고 하지 마시고..."

'그래. 이 놈들아 이젠 외롭다고 너희들한테 매달리지 않겠다..'

문학적 가치는 없더라도 그저 이렇게 생각을 글로서 토해내고 나만의 역사를 써가는 취미에 젖어보겠다.

요즘 브런치에 올릴 글감을 찾는 것이 나의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혼자도 즐거운 일이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고독이라면 그 고독을 즐기는 법을 발굴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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