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eong Jan 25. 2022

작은도서관 이야기

주민 공동시설의 거점 공간 작은도서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도서관을 자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책을 좋아한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급문고를 잘 이용했던 것 같다.

 중 고등학교 때도 딱히 친구들과 약속이 없는 날엔 도서관에 가서 주로 명작소설 내지는 고전소설을 읽었다. 독서지도를 받은 경험은 없지만 나름대로 난이도를 조절하며 읽었는데 소설 중에 가장 난해하게 읽었던 것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다. 성인이 된 후로도 이 책을 정독하기가 어려웠고 완독하려면 어지간한 인내가 필요했다. 지금도 이 책의 줄거리를 잘 꿰지 못한다.


  내 남편은 매일 동네 도서관을 오간다. 손에서 책이 떠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학자나 교육자는 아니다. 남편은 그저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빠를 닮아서인지 아들들도 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꾸중들을 행동을 하면 나는 아이들에게 하루 동안 책을 읽지 못하는 벌을 줬다. 그 바람에 책을 멀리 하는 아이의 친구 엄마들은 나를 향해 배부른 처사라고 손가락질했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태어나서부터 도서관을 놀이터로 삼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어릴 적에 나를 만난 동네 아이들은 우리 도서관에 와서 책을 친구 삼아 놀았다. 그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부모가 책 읽으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책을 읽었다.

  당시 학교에 가면 다수의 엄마들이 요즘 책 읽는 아이들이 드물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세대들에게 책 읽기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어느 날 나는 그 엄마들을 우리 도서관으로 초대했다. 엄마들은 우리 도서관에 찾아와 자연스레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고는 입을 쩍 벌리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마나 세상에~ 이런 일이..."

그 후로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데려와서는 책 좀 읽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바람에 나는 우리 도서관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독서지도를 시작하게 됐다.

동네 아이들은 독서지도를 받으려고 도서관에 오고 그들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학부모 독서동아리를 조직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시작된 우리 작은도서관의 활동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점점 성장해 나갔다.

                                                                                     


작은도서관에서 이웃을 만난다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엄마들은 도서관을 만남의 장소로도 이용했다.

 "아무개 엄마! 도서관에서 만나요~"

 "어! 너도 여기 도서관 회원이니?"

 매일 아침 아이들을 학교 교문 안으로 들여보낸 엄마들은 딱히 친교 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자녀에 대한 정보 나눔도 하고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를 푸는 폭풍 수다도 하고 싶지만 갈 곳이 없으니 길거리를 서성대며 한참씩 수다를 떨다 돌아가곤 했는데 우리 도서관을 알게 된 후론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도서관에서 친교 모임도 가졌다. 나는 엄마들의 모임을 돕기 위해 커피며 각종 음료와 차를 준비해 비치했다.

 단골 엄마들은 커피며 음료수를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대체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이니 약 20년쯤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언젠가부터 아파트 마다 작은도서관이 필수가 되었다. 최근 신축 아파트들은 입주민들의 공간인 주민 공동시설이라는 관리동을 짓는데 거기엔 노인정이나 어린이집, 스포츠 시설 그리고 작은도서관을 의무적으로 건축한다. 주민 공동시설 중에서도 작은도서관은 모든 입주민들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된다. 노인정에는 65세 이상 노인만 회원이 될 수 있고, 어린이집은 만 5세 이하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은 남녀노소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작은도서관은 주민 공간의 거점이 되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들 중에는 아파트에 입주하여 여러 해를 살면서도 이웃을 만나지 못하다가 도서관에 와서야 비로소  앞집 주민도 알게 되고 같은 동 주민도 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으로 인해 이웃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작은도서관에서 창의력이 싹튼다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의 작품

작은도서관의 특성은 공공성을 지니면서도 주민 밀착형 공간으로 자유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많은 활동들이 진행된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글을 짓는 활동, 버리는 책을 활용한 작품(펩아트)을 만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각종 공예활동, 학습교실, 역할극이나 연극 영화 활동도 가능하다. 재능기부 봉사자들을 통한 작은도서관 활동은 전문사서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다양하고 다채롭다. 최근에는 로봇 AI, 드론 및 코딩 학습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뿐만아니라 도서관에 상주하는 작가를 지원받기도 한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작가와 가까이서 교류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린다. 그러니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의 창의력과 표현력은 나날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작은도서관이 전국적으로 7,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유아 이용자부터 어르신 이용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내면적 성장을 이루어 간다면 우리나라는 보다 성숙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고독을 즐기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