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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Feb 11. 2022

반려동물이 부러운 세상

양이와 똘이의 호화로운 생활

내 이웃집 언니는 얼마 전 유럽산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태어난 지 4개월밖에 안 된 양이는 제법 덩치가 큼직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으며 성향이 사나운 편이다. 제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손목을 할퀴며 반색을 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 

언니는 할퀴는 녀석도 예쁘다고  날마다 퇴근하면서 장난감이며 간식이며 심지어 영양제까지 사 와서는 정성스레 먹인다.  

찰랑찰랑한 하얀 털을 날리며 이리저리 날뛰는 녀석이 나는 보면 볼수록 위험해 보이기만 한다. 

나는 그런 양이를 보며 "제 병원 좀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지만 언니는 "no problem"이라고 말한다. 

요즘 양이는 다이어트 중이다. 신기하게도 사나웠던 성격이 중성화 수술 후에는 부드러워지더니 살도 많이 쪘다. 언니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건강식품을 사 왔다. 고양이 다이어트를 위한 건강식품도 있다니...  


언니는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맨 먼저 양이와 인사를 나눈단다. 혼자 사는 언니 집에는 다니러 오신 어머니가 계시는데 언니의 어머니는 양이만 편애하는 딸을 보며 질투 어린 목소리로 말씀하신단다. 

"너는 어매보다도 고양이만 보이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원..."

한심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왠지 허탈해하시는 것 같단다.




똘이는 우리 동네 미용사님의 반려견으로 올해 9살이 되었단다. 미용실 손님들의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똘이는 손님이 없는 날이면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에 앉아 주인이 운전하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달린다. 

똘이가 입은 옷은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원피스로 고급스러운 차림새에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 일쑤다. 쫑긋한 양쪽 귀 사이로 흘러내린 머릿 털에는 리본 모양의 핀을 꽂았고 동그랗고 까만 눈이 인상적이다. 

똘이가 먹는 음식은 대체로 주인이 직접 요리한 것들이란다. 똘이의 스테이크와 보드라운 빵도 주인이 직접 요리한 것으로 영양이 듬뿍 담긴 소스와 함께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어제도 나는 미용실에 다녀왔다. 나는 머리 염색을 하면서 둥그렇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똘이가 어쩜 그렇게 요조숙녀같이 보이던지... 주인을 잘 만나서 팔자가 늘어져 보이는 똘이 인생이 나보다 낫구나 싶은 것이 나도 모르게 부러운 시선을 던지게 된다.


드라마 '태종 이방원'을 촬영하던 말이 죽었다고 한다. 동물보호센터에서는 동물권을 주장하고 법적으로 다루겠다고 하고 드라마 촬영팀은 날카로운 네티즌들에게 사과하며 드라마 방영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위험이 따르는 역할을 맡은 대역배우들을 생각하면 동물이 부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권과 동물권이 동일하게 보장되기를 원하는 동물 보호자들의 주장은 날로 그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 동물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반려동물에게 거액의 유산을 상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도 부잣집 동물에게서 질투와 부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동물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왠지 작금의 우리들 세상에서는 사람보다 동물이 더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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