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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Mar 09. 2022

잠자는 작은도서관 깨우기

주민들의 희망 꿈터가 되다

작은도서관에 희망의 새싹이 돋다

 주민들에 의해 세워지는 작은도서관에서는 다양한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인간의 무한한 창의력과 잠재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에 눈물 나도록 폭풍 감동을 받기도 한다.

 작은도서관이라는 공간만 썰렁하게 존재하던 한 아파트 도서관에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임무를 맡고 몇 개월 동안 지원사업을 했던 적이 있다. 내부 환경을 조성한 후에 도서관 이용자 확보를 위해 홍보 전단을 가지고 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여기저기 게시도 하고 sns에 홍보글도 올렸다. 그런데 여기 아파트는 무슨 일인지 호감을 보이는 주민이 없었다.

"아쁠사!!! 무엇이 문제일까?"

그래도 맡은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나는 필사적으로 이 아파트 작은도서관에서 주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꿈꾸며 활성화의 묘안이 뭘까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며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아이들이 시끌벅쩍하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도서관 맞은편에는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가 있었다.

그제야 하나의 묘안이 떠올랐다. 아기 이용자들과 지역 아동 센터의 어린이 이용자를 초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기 이용자들과 어린이들을 어떻게 초대하지?" 막연한 초대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살 만한 무언가를 기획해야 한다. 나는 우선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 봉사를 해 주실 주민이 필요했다. 재능기부 봉사자 모집 홍보를 하고 일주일 만에 귀하신 재능기부 봉사자 한 분께서 지원해 주셨다. 그 봉사자님은 서양화를 전공하신 미술 선생님이셨다. 나는 아이들을 초대하여 할 만한 프로그램이 뭐가 있을지 여쭈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을 금방 착안하시고는 기획안을 내미셨다.    

"파우치 만들기"를 하겠다고 했다.

'아기들이 파우치에 물감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난이도가 높지 않겠냐고 했는데 봉사자님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시며 강행키로 했다.

나는 재료를 지원해드리고 참여자 모집 홍보 전단과 현수막 홍보를 하여 2주일 만에 10명의 어린이 참여자를 확보했다. 참여자의 연령은 6세~13세였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엄마랑 참여하여 결국 엄마의 작품이 되었다.

6세 아이의 파우치 만드는 솜씨는 아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림에는 문외한인 나는 파우치에 물감을 칠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물감 대신 유성펜으로 칠하니 어린아이도 자신의 눈높이에서 할 수 있었다.

10명의 어린이와 그의 부모님들이 작은도서관의 처음 이용자며 회원이 되었다. 4주 차로 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는데 만들기에 감동을 받은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작은도서관 회원가입을 자발적으로 해주셨다.

이렇게 하여 비로소 깊이 겨울잠에 빠져있던 아파트 작은도서관에 작은 새싹이 돋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도서관 어린이 이용자가 자신만의 파우치를 만들고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꿈을 펼치다

꿈을 꾸는 건 자유롭게 할 수 있다지만 그 꿈을 펼쳐보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섣불리 이것이 '내 꿈이야!'라고 내보이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잘못하면 비웃음거리만 되기 십상이니까.

하지만 꿈을 펼치지 못해 머뭇거리던 사람도 작은도서관에 오면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그 꿈을 소박하게나마 펼쳐보게 된다. 작은도서관에서는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부담 없이 모여서 취미활동도 하고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기부 봉사자를 모집할 때 다음과 같은 문의를 많이 받았다.

 "제가 뜨개질이나 만들기엔 자신이 있어서 봉사를 하고 싶은데 자격증이 있어야 하나요?"

 "제가 독학으로 기타를 좀 칠 줄 알아서 재능기부 봉사를 하고 싶은데 강사 자격증이 있어야 되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재능기부 봉사는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다만 1회 차는 시범 강좌를 실시하고 운영위원들과 의논 후에 2회 차부터는 도서관 정기적 봉사자로 승인 여부를 알려드립니다!"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고 하니 재능기부 봉사자들이 제법 모집되었다. 영어 수학 스토리텔링, 글쓰기, 캘리그래피, 북아트 등등

4~5세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발한 재능기부 활동이 아래와 같이 이루어졌다. 각자 자신의 가면을 만들어 쓰고 간단한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역할극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재능기부 봉사자에 의해 유아들이 참여하였다.

나는 '저 어린아이들이 역할극을 할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는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따라 하며 엄청 좋아했다. 유아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선정해서 각자 해보고 싶은 역할을 정하게 한다. 그리고 그 역할에 맞는 캐릭터를 가면으로 만들어 쓰고 강사가 가르쳐주는 대로 대사를 따라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꼬맹이 아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인지하고 따라 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자신들이 배우가

되어 출연하는 것을 충분히 의식하는 듯했다. 더 흥미스러운 것은 1일 강사가 되어 재능기부를 한 봉사자가 엄청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저도 처음 실시하는 거라 이렇게 잘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이 기대보다 정말 잘하네요~"

자신의 숨겨진 재능에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렇게 시작한 재능은 봉사와 더불어 이제 곧 조금씩 성장하면서 경력을 쌓아가고 전문가로 도약하게 되리라.



주민들의 희망 꿈터가 되다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희망을 키워가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한다.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작은도서관에서 삶의 질이 높아진다. 각자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창의력을 발굴하고 꿈과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절, 올데 갈데없는 어르신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격으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작은도서관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 시절에 아파트 작은도서관에서는 4인 미만의 소그룹으로 어르신들과 취미활동 및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을 진행하였다.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취미활동은 가요 배우기, 종이접기, 그림책 테라피, 자서전 또는 유언장 쓰기 등이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요즘은 지자체 평생학습관에서도 많은 배움 교실을 제공해준다. 영어, 수학교실은 물론 코딩, 드론 수업 등을 경험하게도 해준다. 이밖에도 예체능 활동들도 가능하다. 각종 악기를 이용한 음악 수업, 컬러링북이나 공예, 그리고 서예교실, 다육이를 활용한 아트교실, 전통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에게 희망 꿈터가 될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이 드나들기에 문턱이 매우 낮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주민들의 자율성이 보장되기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보장된 이렇게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도서관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과 공간만 있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아파트가  빼곡한데 이 빼곡한 아파트 내에 반드시 작은도서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잘 모르는 주민들이 많다. 작은도서관을 세우는데 전문가인 나 같은 활동가들은 훌륭한 공간을 잠재우고 있는 아파트 도서관을 찾아 활성화시키는 일을 한다. 작은도서관이 활성화된 아파트는 주민들의 표정도 다르다. 어떤 주민은 아파트 입주를 위해 부동산 중개소에서 상담할 때 그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단다.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있으면 아이들 교육에 매우 유익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희망 꿈터인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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