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사계(봄)
젊었을 땐 세상이 전부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경기장 같았다.
누군가 앞서가면 기어이 따라잡아야 했고, 작은 말다툼에서도 끝까지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땐 그게 패기였고, 열정이었고, 또 살아가는 하나의 이유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마음이 나를 더 바쁘게, 더 예민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안달하며 살았을까.
누군가와 논쟁에서 이겨도 마음이 무거웠고, 그 순간마저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느라 잊혀졌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 숨 고르듯 한걸음 물러나 세상을 보니 이기는 법은 꼭 상대를 꺾는게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져주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 될 때가 있고, 말을 아끼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대답이 될 때도 있다.
결국 이겨도 이긴게 아니고, 져도 진게 아는 순간들이 있다는걸.
세상 이치를 알게 되니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 진다.
지금은 하루가 무탈하면, 그게 최고의 선물이다.
아침에 눈뜨고, 저녁에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대단한 ‘승리’이다.
그리고 그 승리는 축하받아 마땅하다.
밤이 찾아오면, 오랜벗과 술잔을 부딪치며 오늘 하루의 승패는 뒤로 하고 웃음과 안부를 나눈다.
‘축배’를 드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평화와 오늘 하루의 안녕을 응원한다.
그 건배는 오늘 하루를 무탈히 지켜온 우리들의 작은 잔치다.
젊을 땐 몰랐던 이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알게 된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많은 날들을 이렇게 웃으며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인생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