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노땅의 체력관리 –오늘의 일기-

내안에 사계(봄)

by 염상규

아침, 거울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놔 이 몸뚱아리... 너 예전에 참 잘나갔는데ㅋㅋ”
철인3종 대회 완주, 마라톤 10km 대회, 대관령 자전거 힐클라임대회 완주, 성동구청장기 수영대회 금메달 까지.
그땐 바람이 나를 밀어주는 줄 알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바람을 밀어내며 달리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하지만... 얼마전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모든게 바뀌었다.
그날 이후, 내 무릎은 ‘젊을 때처럼은 안돼.’ 라고 사실을 아주 친절하지만 뼈때리듯 아프게 알려주었다.
예전에도 몇 번 자빠진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괜찮아. 파스 하나 붙이고 다시타자.’ 했겠지만 이젠, ‘아 잠시만, 일단 병원 가서 치료부터 받고 다시 생각하자.’ 로 바뀌었다.
오늘부터는 나 자신과의 새로운 협약을 체결했다.

첫째, 운동은 소화가 잘되는 정도로만.
둘째, 기록따위는 안드로메다로.
셋째, 집에서 나온 그대로 집에 들어가기.

‘철인 영웅’ 모드에서 ‘동네 공원 산책왕’ 으로 변신을 다짐한다.
물론 운동을 하다보면 옛날 생각이 나서 속도를 올리고 싶어지겠지만 그럴 때마다 내 무릎이 속삭인다.
“야, 우리 오래 같이 가자.”
그래~ 이제는 기록보다는 오래, 강도보다는 즐겁게다.
이 나이에 체력 관리라는 건, 결국 내 몸과 유쾌하게 타협하는 기술 아닐까?
낮에 먹은 딤섬이 아직도 소화가 안되네.
스멀스멀 기어 나가야 겠다.
나는 젊었을 때보다 훨씬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본다.

-‘살살’이 제일 빠른 속도인걸 오늘 또 배운 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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