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사계(여름)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었다.
수많은 시간을 들였고, 마음을 기울였으며, 손끝 하나하나에 온 집중을 쏟았다.
머릿속에는 늘 완성된 모습이 있었다.
내가 바라는 경지에 도달했을 때의 환한 미소, 그 순간 느낄 벅찬 기쁨, 그 상상이 나를 이끌었고, 나는 기꺼이 그 길에 나를 맡겼다.
하지만 마침내 결과를 마주했을 때, 그것은 내가 그려온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노력의 무게만큼 빛나길 바랐던 결실은 의외로 가벼웠고, 내 안의 기준은 그 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서툰 흔적이 남아 있었고, 부족함이 여전히 또렸했다.
그 틈 사이로 실망이 스며들었다.
‘이만하면 됬다’는 체념과 ‘여기서 그만두자’는 유혹이 조용히 어깨를 눌러온다.
그때,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처음 이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의 나.
잘해서가 아니라 단지 좋아서 시작했던 순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나를 설레게 했던 날들.
그 기억이 나를 붙잡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끝이 보이지 않아도, 그 길 위에서 숨 쉬고 있는 지금의 내가 어쩌면 가장 소중한 시간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다시 몸을 움직인다.
손끝을 움직였고, 몸을 천천히 감각에 맡겼다.
이번에는 성과를 재촉하지 않았다.
하루하루의 작은 변화와 미묘한 성장에 귀를 기울였다.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이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완벽한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 대신 선택한 이 묵묵한 발걸음은 언젠가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 것이다.
끝없는 시작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새롭게 빚어간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이 시간이 내가 가진 가장 고운 빛이었다는 걸, 그때 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아직 도착하지 못했지만, 이미 무대 위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숨 쉬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