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불안한 하루속 성찰

내안에 사계(여름)

by 염상규

아침 서둘러 시동을 걸고 나서며 한참을 나아가 어느덧 전용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문득 허전함이 스쳤다.
가방과 여기저기 뒤적이는데 손 끝에 닿아야 할 익숙한 감촉이 없었다
스마트폰.
평소라면 몸의 일부처럼 늘 함께하던 그것이 집에 그대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순간 되돌아 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올림픽대로를 올라탄 뒤라 돌아가기가 부담스럽다.
“하루쯤은 괜찮겠지.” 애써 담담한 척하며 운전에 집중했지만 마음 한켠이 텅 비어 있는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대단한 비즈니스를 하며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어쩌면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가능했던거 같다.
음악을 틀고, 일정을 찾아보고, 메신저를 확인하는 작은 습관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하루.
처음엔 마치 세상과의 연결이 뚝 끊긴 듯 어색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사무실 창밖 풍경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고 그간 못보고 지나쳤던 풍경이 시야에 조금씩 스며들면서, 묘한 변화가 시작됐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결, 햇살이 건물을 비추며 고요히 내려앉는 결들이 그 어느때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점심시간, 작은 식당 창가 자리에 앉았다.
평소 같으면 칼국수 한 그릇이 나오자마자 사진부터 찍었겠지만, 오늘은 그 순간을 온전히 눈으로, 코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김이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모양, 젓사락 끝에서 흘러내리는 국수 가락,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수저 부딪히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묘하게 따뜻하고 생생했다.
오후 내내 나는 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고, 더 깊이 바라보았다.
작은 꽃잎이 인도 위에 떨어지는 모습, 길모퉁이에서 고양이가 햇볕을 쬐는 모습, 그리고 바람 속에 섞여 오는 계절의 냄새.
평소에는 스쳐 지나갔을 사소한 장면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나를 붙잡았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깨달았다.
휴대폰을 두고 나온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잊고 있던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림도, 메신저도 없는 고요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그날 저녁 다시 휴대폰을 손에 쥐었지만, 마음속에는 조용한 방 하나가 생겨 있었다.
그 방에는 세상의 소음이 닿지 않고, 오로지 나의 목소리만 잔잔히 울렸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 공간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일도, 아니 언젠가 또 한번, 휴대폰을 두고 나설 용기를 낼지도 모른다.
고요 속에서 마주한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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