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흐르는 시간과 변화하는 모든 것

내안에 사계(여름)

by 염상규

오랜만에 찾은 그 길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친근했다.
어린 시절, 내 발걸음이 가볍게 뛰놀던 바로 그 골목이었지만, 지금은 높고 반짝이는 건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었다.
낡은 가게와 오래된 건물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현대적인 유리창이 빛나고 있었다.
바람에 실려 온 먼지 사이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맴돌았다.
나는 그곳에 서서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했다.
작고 호기심이 가득했던 아이, 세상이 전부인 듯 모든 것이 새롭고 반짝이던 나.
그때는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듯했고, 세상은 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무겁고 무뎌진 시간을 등에 지고 있었다.
수많은 변화와 선택, 그리고 놓아야 했던 것들의 무게가 쌓여 있었다.
변화는 어느새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익숙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때로는 그 변화가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했다.
고집스럽게 붙잡았던 것들을 놓으며,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는 그 속에서 저마다의 길을 찾는다.
고집은 거친 바다의 바위를 붙잡는 것과 같아서, 물살에 부딪히고 결국은 깍여 나가고 만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고집을 내려놓는다.
변화와 타협하며,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유년의 나를 기억하며, 그때 느꼈던, 순수한 희망을 가슴 한켠에 품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그 속에서 나만의 평화를 찾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리라 다짐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변하고, 세상도 변해간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는 내 자신과 세상을 품는 법을 배운다.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 속에 서성이다 보면, 어쩌면 내가 놓친 것들이 무엇인지도 보인다.
잊고 지낸 친구들의 얼굴, 부서진 꿈들의 잔해, 그리고 스스로에게 했던 수많은 약속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로 만들었다.
흔들리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속에서, 나는 강해지고 넓어졌다.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기에, 그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듯, 변화를 받아들이고 함께 흘러가는 것뿐이다.
이 길의 끝에서, 나는 다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그때의 순수한 마음과 꿈꾸던 눈빛을 가진 채로, 그 아이와 나는 서로를 끌어안고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지만, 오늘도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변화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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