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별, 나를 비추는 기억

내안에 사계(가을)

by 염상규

강원도의 밤은 서울과는 전혀 달랐다.
도시의 불빛이 사라진 산골 마을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자, 까만 하늘 위로 수없이 흩뿌려진 별들이 눈앞에 쏟아져 내렸다.
하늘이 이렇게 넓고, 별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풍경을 갑자기 되찾은 듯, 가슴이 꽉 차오른다.
서울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었던 별들이 그곳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듯 자기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별을 보니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여름밤이면 마당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언젠가는 저 별들 사이를 자유롭게 여행할 거라 믿었다.
상상 속의 나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은하수를 건너고, 다른 별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별빛처럼 순수했고, 세상에는 불가능이 없다고 믿었다.
그 꿈은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그 순수한 마음과 끝없는 상상력만큼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듯했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을, 종종 떠올린다.
언젠가 내 삶이 다하고 나면 우주 어딘가에서 작은 빛으로 남아, 다른 무언가의 밤길을 비추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별빛은 단순히 빛나는 돌덩이가 아니라, 삶과 죽음, 그리고 희망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느껴졌다.
별빛 하나하나는 언젠가 살다 간 누군가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 별들 사이에서 나 자신을 돌아본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순수하게 살고 있을까.
어린 시절의 나처럼 눈부신 꿈을 품고 살고 있는가.
아니면 일상의 무게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경쟁 속에서 마음이 너무 무거워져 버린건 아닐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건, 남은 인생만큼은 별빛처럼 맑고 때 묻지 않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램이 간절해졌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밤하늘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 작음이 부끄럽지는 않았고, 오히려 작은 빛까지도 맑게, 꺼지지 않고 빛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큰 빛이 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잠시 길을 비춰줄 수 있는 작은 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그날의 별빛은 아직도 내안에서 반짝이고 있다.
삶의 바쁜 걸음 속에서도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별을 보며 꿈꾸던 동심, 별을 보며 다짐했던 순수, 그리고 별을 보며 떠올린 삶의 겸허함이 지금의 나를 다시 세운다.
나는 바란다.
남은 삶을 욕심보다는 순수함으로, 번잡함 보다는 맑음으로 채워가기를.
언젠가 나 또한 별이 되어 저 하늘에 걸릴 수 있다면, 그때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따뜻하게 반짝이는 작은 빛으로 남고 싶다.
별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것을 잊고 살아왔다.
별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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