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골프야 놀자

내안에 사계(가을)

by 염상규

오랫동안 골프를 쳐왔지만, 참 이상한 운동이 바로 이 골프다.
다른 운동들은 노력한 만큼, 연습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프 만큼은 늘 예상을 벗어난다.
연습장에서 몇 번이고 감을 잡고, 오늘은 분명 잘될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필드에 나서면 공은 엉뚱한 곳으로만 날아간다.
반대로 아무 기대 없이, 그저 바람 쐬러 나간다는 마음으로 클럽을 잡으면 오히려 샷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의외의 호쾌한 순간을 선사한다.
처음에는 이런 예측 불가능함이 답답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건드렸고, 공 하나에 울적해지고 웃으며 스스로 감정을 주최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구력이 쌓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골프는 내 뜻대로 조종 하는게 아니라, 그날의 바람과 땅의 기운, 그리고 내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비로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란 것을.
돌아보면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해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이 많다.
준비가 완벽해도 뭔가 작은 2%의 작용에 의해 일이 틀어진다.
또는 별 기대 없는 순간에 의외의 행운이 깃들며 모든 실타래가 술술 풀리며 일이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모습이 골프와 닮아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혼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있기에, 힘든 순간에도 웃을 수 있고, 실패마저도 추억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스코어는 점점 덜 중요해지고, 그날의 골프라운드에서 남기게 되는 온기가 더 소중하다.
잘 맞는 샷 몇 번에 짜릿하게 웃고, 공이 숲속에서 사라져도 허허 웃으며 걸어가는 여유.
함께한 사람들과의 대화와 농담, 그리고 라운드가 끝난 뒤 나누는 식사와 술잔까지.
골프는 점수를 남기는 운동이 아니라, 추억을 남기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한다.
“골프야 놀자.”
골프는 나를 시험하기도 하고, 나를 웃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고집스러운 선생님 같고, 때로는 짖궂은 장난꾸러기 같다.
하지만 결국 골프는 내 인생의 한 부분이자, 나와 함께 늙어가는 친구다.
잘 돼던 못 돼던 괜찮다.
공이 어디로 날아가든 상관없다.
중요한건 그 속에서 내가 배우고, 웃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걸로 족하다.
골프도 인생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즐겁게,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게, 함께 웃으며 걷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
앞으로 세월이 흘러도 골프를 가면서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골프야, 오늘도 우리 재미있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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