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내 마음의 신호등

내안에 사계(가을)

by 염상규

아침 출근길은 늘 분주하다.
회색빛 아스팔트 위를 쉴새 없이 달리는 차들 속에 앉아 있는 나 역시 하루의 시작을 향해 정신없이 그들 속에 뭍어져 간다.
그런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나도 모르게 이미 바쁜 삶에 찌들어 버린 것일까.
세상은 아름다움이 사방에 널렸는데 내 마음은 그 넓고 보석같은 것들을 닮지 못하고 좁고 예민해져 있다.
얼마전에도 그랬다.
앞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순간 놀래고 기분이 많이 상했다.
나도 모르게 불평을 뱉어내려 했다.
별것 아닌 상황이었는데도, 짧은 순간의 놀람이 나를 심적으로 불편하게 했다.
마음이 이렇게 쉽게 요동치는구나 싶어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마침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며 차들이 멈춰섰다.
그 순간은 마치 내 감정의 흐름까지 멈추게 하는 듯했다.
바쁘게만 달리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그제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쉽게 화를 냈을까?’
돌아보니, 나 역시 누군가의 흐름을 방해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때는 나도 일이 급했었다.
어쩌면 방금전 운전자의 사정도 분명 있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전의 화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파란불이 켜질 즈음, 내 마음도 다시 준비를 한다.
자동차가 출발을 준비하듯, 마음도 다시 앞으로 나가가기 위한 여유와 다짐을 다진다.
화를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나를 다잡고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준비 말이다.
인생의 많은 순간이 사실 신호등의 노란불 같은 시간일지 모른다.
아직 완전히 멈추지도, 완전히 달리지도 못하는 그 사이의 짧은 숨 고르기.
그제서야 우리는 다음을 향해 어떤 마음으로 나아갈지를 정하게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답답했던 출근길은 더 이상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멈춤과 준비의 시간을 지나왔기에, 다시 달릴 수 있는 여유가 마음 안에 생겨난다.
그날 이후 나는 신호등을 볼 때마다 마음의 신호를 함께 떠올린다.
빨강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 노랑은 마음을 정리하는 순간이며, 초록은 다시 부드럽게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이다.
도로위의 단순한 신호체계가 세상의 모든 순리를 품고 있고 사람들이 돌아봐야 하는 거울인 것이다.
인생은 언제나 앞으로 달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멈추어야 하고, 때로는 준비해야 하며, 때로는 다시 출발해야 한다.
신호등이 루틴에 맞춰 바뀌듯 우리의 마음도 시시각각 변화를 오간다.
중요한건 그 색깔이 무엇이든, 결국 우리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머문다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도 출근길에 신호등 앞에 멈추었다.
창밖의 가을 하늘은 여전히 맑고, 내 마음도 그 하늘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
운전하며 흔들렸던 순간이, 이제는 반성과 다짐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제는 알거 같다.
삶의 길 위에서 나를 지켜주는 신호등은 언제나 도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도 불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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