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사계(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다.
파랗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어지고, 그 위에 흩어진 구름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부드럽게 흘러간다.
그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던 무언가가 잠시나마 풀리는 듯 하다.
지천명의 나이가 되고 보니, 하루하루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시험하는 일종의 테스트 같다.
젊었던 시절에도 똑같이 살아왔는데 그때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사느라 뭔지도 모르고 달려온거 같고, 이제는 좀 알거 같으니까 오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계절 탓인지 호르몬 탓인지 지금 시즌에는 늘 가슴에 대포 한 방 맞은 듯 뻥 뚫려 텅빈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날은 이유 없는 허전함이 스며든다.
젊은 날에는 몰랐던,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이 나이쯤엔 자주 찾아온다.
동년배 남성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유난히 높아진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무 복잡하게 살지 말고, 그냥 그대로가 괜찮아.”
그 한마디 위로에 내 속도 조금은 가벼워 진다.
볼을 스치는 바람은 한결 차가워 졌다.
그 바람이 지나가는 순간, 눈을 감아본다.
차갑지만 기분 좋게 맑은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나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진다.
아마도 이 계절만이 건네는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가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지나온 날들, 앞으로 남은 길,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흔들리는 내 마음까지.
하지만 가을을 바라본 순간만큼, 괜히 괜찮아지는 것 같다.
허전함도, 무거움도, 그 휑한 가슴마저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투명한 하늘 속에서 내 마음은 위로를 얻고, 그 위로가 내일을 살아갈 작은 힘이 되어준다,
추천곡 ‘The Beatles – Let it be (그냥 두고 순리에 맞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