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달리기 10km의 여정

내안에 사계(가을)

by 염상규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10km 마라톤 대회 날이었어요.
오랜 기간동안 시간 날때마다 러닝화 끈을 묶고 달리며 준비해온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지요.
이른새벽 5시 알람이 울리고, 평소 같으면 한번쯤은 미루고 다시 눕고 싶었을 텐데, 오늘만큼은 달랐습니다.
눈이 번쩍 떠졌어요^^
느긋하게 씻고, 가볍게 새벽밥을 챙겨 먹으며 속을 무겁게 하지 않으려고 식사를 적당히, 물도 조금씩 마시면서 컨디션을 조절했어요.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가볍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노렸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

- 출발전의 떨림
대회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마다 운동화를 단단히 조이고, 준비운동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져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출발선을 바라보며 잠깐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자 지난 시간 열심히 뛰던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더운 날, 궂은 날 매 순간이 귀찮고 힘들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오늘을 위한 거였구나 싶었어요.
출발신호를 알리고, 일제히 달리기 시작되자 심장은 터질 듯 뛰었습니다.
앞사람을 따라 달리는 발걸음 소리, 길가에서 응원하는 동호인들, 그 모든게 내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었습니다.

- 힘들지만 짜릿했던 순간
처음 몇 킬로는 가볍게 달릴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자주 달려주었기에 이정도는 문제없이 발걸음이 경쾌했고 호흡도 안정적이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숨도 가빠지고 다리가 풀리면서 ‘아... 이걸 왜했을까?’ 라고 살짝 후회가 스치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힘들수록 몸속 깊은 곳에서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느낌이 들며 피곤하고 고된 과정임에도, 동시에 짜릿하게 흥분되는 순간이 이어지기 시작하는 거에요.
멀리서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심장이 불꽃처럼 뛰었습니다.

- 결승선과 완주의 기쁨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그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희열이 동반됬습니다.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었고, 끝까지 완주했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웠어요.
목에 걸린 참가 메달은 무겁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제게는 그 어떤 금메달보다 값진 전리품 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의 노력과,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증거였으니까요.
대회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초코파이와 우유가 소박하고 볼품없는 간식일지 몰라도 그 순간 내 몸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달래주는 진수성찬이었습니다.

- 달리기가 준 선물
오늘 달리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나를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내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완주라는 성취감은 분명 기쁘지만, 사실 더 큰 기쁨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시간에 있습니다.
저는 내일도, 모래도, 다시 러닝화를 바짝 조이고 오늘의 환한 기쁨을 또다시 만나기 위해 달릴 겁니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

-오늘의 결론
기록은 잊혀도, 기쁨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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