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코스모스와 한강의 사색

내안에 사계(가을)

by 염상규

맑은 날은 언제나 나를 한강으로 이끈다.
유난히 맑아진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함께하는 계절, 강변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며 나를 맞아준다.
하늘거리는 꽃잎은 그 자체로 가을의 상징 같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푸르게 빛나는 강물은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인생을 닮아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잠시 호흡을 고르자,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공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오랫동안 쌓여 있던 생각의 무게가 바람과 함께 조금씩 흩어지는 듯하다.
도심 속을 바쁘게 달려가던 하루의 흔적도, 복잡한 마음의 부담도 이곳에서는 다소 느슨해진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 그리고 바람에 몸을 맡긴 코스모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평온하고 여유로운게 마음을 내려놓기에 충분하다.
강 건너에는 빌딩들과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오늘따라 그 모습도 차갑지 않고 따뜻해 보인다.
마치 도시와 자연이 한 폭의 풍경 속에서 묘한 균형을 이루고 조화가 잘된 모습이다.
누군가 말하길 “한강 조경은 프랑스 파리가 안부럽다.”
그 속에서 나는 세상의 크기에 억눌리는 것이 아니라, 그 크기에 안긴 듯한 안도감이 맞는 표현이랄까.
코스모스는 유난히 여리고 가볍지만, 바람에 꺾어지 않고 끝내 스스로의 몸을 세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삶이란 결국 강물처럼 흘러가고, 계절처럼 다시 돌아오며, 꽃처럼 피고 지는 순간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이 가을날 한강의 풍경은 말없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혼자였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고, 고요했지만 공허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색의 시간속에서 더 마음을 잡을 수 있었고, 조금 더 홀가분해졌다.
코스모스의 하늘거리는 꽃잎과, 한강의 푸른 물결, 그리고 높고 맑은 하늘이 모두 나의 마음을 감싸 안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을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나를 멈추게 하고, 나를 바라보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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