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입시

내안에 사계(겨울)

by 염상규

조용한 수험장 안, 아이들의 숨소리와 눈 깜박이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수십명의 눈빛 속에는 긴장과 기대, 걱정이 섞여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묵직해진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초등학교 첫 교실에서의 설렘부터,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쌓아 올린 공부의 흔적까지, 모든 것이 이 자리, 이 한순간을 위해 모여 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하리라 다짐한다.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은 갈라진다.
한 아이는 합격의 기쁨을 맛볼 것이고, 다른 아이는 아직 길을 찾아야 한다.
그 모든 가능성과 노력, 꿈과 희망이 내 손끝에서 떨어져 나가는 듯 느껴질 때, 가슴이 저며온다.
시작전 대기실에서 하나하나 아이컨택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며 응원한다.
모든 얼굴들이 스쳐간다.
밤새 준비하며 지친 아이, 도전 앞에 눈빛이 흔들린 아이, 성실하게 매일을 견뎌온 아이들.
그 누구도 헛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현실이라는 이름아래 그중 일부만을 솎아 내야 한다.
마음속으로는 모두에게 “잘했어, 네가 걸어온 길은 결코 헛되지 않았어. 대견하고 모두가 자랑스럽구나.” 말하고 싶지만, 기준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입시는 공정함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안타까움을 남긴다.
“아이들아, 이 시험이 너희를 정의하지 않기를. 앞으로도 스스로를 놓지 않기를.”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조용히 그들의 노고를 기억한다.
모두의 합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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