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댄스

내안에 사계(겨울)

by 염상규

불빛이 은은하게 깔린 무대 위, 음악이 첫 박자를 울리면 공간 전체가 숨을 고른다.
남과 여, 두 몸이 서로를 감싸 안 듯 박자에 리듬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발끝이 바닥을 스치며 호흡은 공기 속으로 흩어지고, 허리와 어깨, 손과 눈빛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서로를 이어간다.
여성의 드레스가 회전할 때마다 공기 중으로 붉은 물결이 퍼지고, 남자의 팔은 그 물결을 품어 부드럽게 감싼다.
회전과 멈춤, 점점 빨라졌다 느려지는 걸음 속에서 두 사람의 심장은 하나로 뛴다.
춤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감정과 열정을 섞어서 눈에 보이는 언어로 표현한다.
내 눈은 숨죽이며 그 곡선을 따라간다.
여자의 발끝에서 튀어 오르는 빛, 남자의 팔이 만드는 그림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집중.
그 모든 순간이 함께 울리고, 시간을 멈춰세워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댄스는 뜨겁고, 날카롭고, 동시에 부드럽다.
회전 하나, 멈춤 하나, 손끝의 스침 하나에도 인간의 감정과 호흡,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담겨 있다.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시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그윽히 바라보며 감탄한다.
음악이 끝나도, 빛과 리듬이 남긴 여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은은한 조명 속에서 회전하며 서로를 감싸는 두 사람.
그들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만든 선과 그림자가 살아 숨 쉰다.
그 모습에서 언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순간의 절정,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예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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