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옆집총각

내안에 사계(여름)

by 염상규

옆집에 총각이 산다.
사실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다.
현관 앞에서 마주친 적도, 엘리베이터에서 스쳐 지나간 적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총각은 늘 나의 상상 속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밤이면 불이 은은하게 켜졌다가, 이른 새벽엔 다시 꺼져 있다.
아마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혹은 늦은 밤까지 눈을 맑게 뜨고 귀를 귀울이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조용한 생활이 웬지 부럽기도 하다.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패턴을 유지하는 생활.
현관 앞 택배 상자를 통해, 옆집 총각을 짐작해 본다.
간혹 작은 상자가 놓여 있으면 ‘혼자 사는 사람이 맞구나.’
때로는 두툼한 책 뭉치가 담긴 상자를 보면 ‘지적인 사람이구나.’ 하고 마음대로 지레 짐작한다.
그 상상은 아무 근거 없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혹시 주말 아침마다 커피향을 즐기는 사람일까.
아니면, 조용히 창가에 앉아 먼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사람일까.
그렇게 추측을 이어가다 보면, 옆집 총각은 어느새 소설 속 주인공처럼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참 재미있는 상상이다.
이 도시에서 조금은 외로운 시간을 견디며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부딪치지 않고 닿지 않는 거리.
그러나 그 거리는 묘하게 따뜻하다.
아마도 이웃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이웃이라는 존재가 있다는건 익명속에 살면서 서로를 지켜주는 동반자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마주치길 희망하며 옆집 총각을 상상한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얼굴에 나만의 이야기들을 써 나가며.
내일은 김치좀 전해줘야지.
총각~
겉절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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