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Sümpfe der Verzweiflung> -5-
아버지는 사라졌다. 감옥에 갔다고도 했고, 죽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장례는 기억에 없었다. 그의 이름은 입 밖으로 불리지 않았고, 사진 속 얼굴은 액자 유리 너머에서 서서히 빛이 바래 갔다. 집 안에는 시든 꽃다발, 벗어던진 양말, 기울어진 꽃병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가 잊으려는 무언가를 고집스레 증언하는 증인 같았다. 그러나 누구도 그 증언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엄마는 늘 피곤해 보였다. 나는 오래도록 그 이유를 일 때문이라 믿었다. 그러나 곧 다른 기척이 집을 흔들었다.
밤마다 현관 앞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담장에 기댄 채 무겁게 숨을 내쉬었고, 바람결에 섞여드는 것은 알 수 없는 향수 냄새였다. 한밤의 정적 속에서 그 냄새는 오래된 철문에 스며든 기름때 냄새와 뒤엉켜 섬뜩하게 퍼졌다.
어떤 날은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닫히면 벽 너머에서 낮게 깔린 웃음과 눌린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누군가를 짓누르다 튀어나온 신음 같았다. 그때마다 나는 방문 앞에서 발자국을 멈추었다.
아침이면 모든 기척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엄마는 거울 앞에 앉아 붉은 입술을 한 번 꾹 눌렀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출근을 준비했다. 화장은 마치 피곤을 봉인하는 의식 같았다.
나는 부엌에서 컵에 물을 따르며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물이 컵에 차오르는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울렸다. 그러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질문은 목구멍에서 말라붙었고, 침묵만이 유일한 대답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공범이라는 단어를 처음 떠올렸다.
사고의 집착, 중독 같은 집착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공범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침묵, 누나의 눈빛을 외면한 순간들, 엄마의 무표정을 닮아간 버릇. 그 모든 것이 나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는 확신...
기억은 늘 뒤엉켜 내가 본 것인지, 내가 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어떤 날은 내가 담배를 쥐고 있었던 것 같고, 어떤 날은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중얼거린 것 같았다. 스스로가 두렵다. 모든 것의 근원, 누나도 엄마도 아닌 바로 나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침묵, 가족이 아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그 침묵이 이 집을 부패하게 만든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나 누구에게도 고백할 수 없었다. 진실을 꺼내는 순간 기억은 더 흔들리고, 그 시절의 냉혹한 무자비함 속으로 다시 떨어질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나를 몰아세워 무너뜨릴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오래된 기억 속에 묻어 두었다. 시든 꽃다발처럼, 버려진 양말처럼, 이름 없는 얼굴처럼. 눅눅히 스며드는 물기처럼, 소리 없이 남겨 두었다. 그것이 내가 말할 수 없는 오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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