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망각

-(정수범 - 저는 무얼 해야 하나요?에 대한 답시)

by 김태광수


Trollheim(B.S.O.D) - Ensomhet IV



저는 무얼 해야 하나요? (@정수범)


저녁 식후에 한 번 드시고
가끔 무언가가 죽이려 들면
취침 전에도 한 번 드세요

근데요 선생님
확실히 비싼 만큼 귀한 만큼
먹고 나면 세상이
덜 흔들리긴 한데요

그 만큼 나도 덜 진동해요
귓가는 조용해지고
마음은 퍼석퍼석

이게 나아지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내가
조용히 지워지는 건가요, 세상에서

볼펜 끝을 꼬집으며
내려다보는 선생님
키는 내가 더 큰데

백골까지 느껴지는 동정에
정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로 빚어낸 미물은 춤을 춘다


출저 - https://arca.live/b/writingnovel/137854272


이 시에 대한 답시입니다


망각 - 김태광수


헤집는 고통이
널 거짓말 해도
사실은 괜찮아. 정말로.
누구도 동정하지 않아. 실은.
연민같은 무례도 없고.

실망한다면 나아질거야.
증오라도 할테니까.
쓰디쓴 약을 삼키며
사라짐을 고민하는 것.
아픈 것이
마치 너인 것처럼
칼끝으로 새겨진
붉은 잉크 같은
어느 쇠비린내
진동하는 것 만이
희미한 자아성찰로.
어리석지. 실은 말야.
우린 더 나아지고 싶은데 말야...


나를 봐. 무얼 봐야 한다면.
이제 같이 춤이라도 추자.
아니 지랄발광같은 거라도.

-어느 시인에게...


PS.해당 시는 작가에게 허락받고 기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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