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겨우살이

by 김태광수

내가 씨앗일 적,

커다란 나무를 동경했다.

대지에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내 살아갈 일용할 양분

단 한 뼘의 땅조차

용납하지 않았고

늘어진 나뭇가지 아래

따스한 햇빛은 가로 막혀

절망의 그림자 드리우고

먹다 집어던진 것 같은

역겨운 배설물 같은

낙엽 더미 아래에

악취 나는 버섯 곰팡이 피는

만물의 냉혹한 법칙 아래

새싹의 자리는 없었다.

거대한 등줄기에

내 거대한 빨대 꽂으며

양분 빨아들이고는

저 가증스러운 것

시들어 비틀어지게

기도나 하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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