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위선, 쿨하지 못해 미안해~~
오늘 평소 좋아하던 배우의 이름이 뉴스 헤드라인에 도배가 되었다. 평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고, 특히 사회적 약자인 난민과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던 그 분이 출산은 하는데 결혼은 하지 않지만 경제적 책임을 진다고 한다. 평소 우리나라의 외국 난민 수용을 촉구하던 분이 자기 자식은 자기 집에 들일 수 없다고 하는 논리이니,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참으로 위선이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위선, 먹을 꺼 다 먹고 20키로 뺐다는 하는 위선, 공부는 안 했는데 100점 맞았다는 위선과 무엇이 다를까?
오히려 그가 말썽쟁이에 탈선을 일삼는 이미지였다면 이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앞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수용과 처우와 인식 개선을 외치던 그가 섹스는 했는데 사랑도 교제도 아니고, 아들은 낳았는데 결혼을 할 수 없다니, 내 머리가 어지럽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하느님, 부처님, 맹자 공자도 해결하기 어려운 전세계적 과제들, 이를 테면 기후변화, 기아, 펜데믹, 범죄, 마약, 성범죄, 폐륜, 전쟁, 질병, 난민??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책임을 지는 어마 무시하게 진중한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의 일상과 나의 소중한 생활 반경내에서 요구되어지는 환경과 사람, 동식물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아기를 낳아 본 엄마로서 더 분노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그냥 모든 걸 차치하고 아기, 어린이, 청소년만큼은 우리 사회에서 소중히 다루어지고, 아껴주고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아동 성범죄, 부모에 대한 나쁜 기억이다.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게 한 부부가 감당하기도 힘든데, 혼자 오롯이 양육하기로 결심한 어머니가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아무리 그 분이 돈으로 지원을 마다하지 않기로 했건들, 아기가 자라는 소중한 순간을 혼자 맞이하고, 아기도 그 순간에 아버지가 없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시리다. 아무리 쿨해도 말이다. 그 순간 만큼은 남편의 부재를 끝끝내 받아들인 아내도 마음을 굳게 먹었더라도 많이 시렵고 외로울 것이다.
그 배우의 아들이 커서, 생물학적 아빠인 그 배우 분을 언급하며, 저희 어머니의 남편은 아니지만 저의 아버지로서 꾀 멋지고 괜찮은 분이었어요 라고 말하며, 쿨하게 엄지 척할 수 있을까? 한 치의 서운함도 없이 말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새삼 내가 쿨하지 못해 더러 그 분을 응원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해 지는 밤이다.
마지못해 쿨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경제적으로만 책임을 지고, 나 편하고 여유로울 때 한 번쯤 봐주시는 분들과는 달리,
내 시간, 내 체력, 내 정신을 오롯이 희생하며,
가정과 아이들을 정성과 헌신으로 돌보는
평범한 미혼모, 미혼부, 어머니, 아버지께 뜨거운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