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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Jun 05. 2024

부러움 보다 강한건 아쉬움

물공포증을 극복하고 싶어진 이유

나는 5살 때 수영장에서 기절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크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여름마다 워터파크를 한 번씩 가다 보니 물에 대한 공포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물을 무서워하지만 워터파크를 가게 된 계기는 노는 걸 좋아하고 놀이기구를 타보고 싶었다. 놀이기구는 꽤나 잘 타는 거 같다. 하지만 파도풀장 깊숙이 들어가는 건 무서웠다. 구명조끼가 정말로 몸을 띄어주는지에 대해 신뢰가 없었다. 튜브만이 나에게 안정감을 줬다. 혹시라도 구명조끼가 역할을 제대로 안 하면 '나는 가라앉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친구가 수영을 잘한다며 자기 믿고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 해서 믿고 들어갔다. 믿을 수 있었던 건 수영을 잘해서가 아닌 그 친구는 나보다 키가 더 컸다. 170cm가 넘었다. 친구는 발이 닿지만 나는 발이 안 닿는 구간에서 구명조끼에 몸을 맡겨봤다. 무섭긴 했지만 파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 신세계였다. 항상 발이 닿는 곳에서만 있었는데 발이 안 닿는 곳에 있으니 더욱 재밌고 신기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아니지만 두려움을 조금은 극복한 거 같아 괜스레 뿌듯했다. 그날 이후 바이킹 맨 끝자리를 고수하는 것처럼 파도풀장 끝쪽으로 사람들이 가려고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오히려 안쪽에 있어야 물도 덜 먹고 파도와 한 몸이 된다. 그리고 구명조끼에 대해 신뢰감이 생겼다.


얼마 전에 남자친구와 세부 여행을 갔다. 남자친구는 물을 정말 좋아한다. 거의 물개다... 수영을 못해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세부 같은 물놀이가 주인 휴양지를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랑 같이 세부에 가보고 싶다는 꼬드김에 넘어갔다. 그래도 세부까지 갔으니 무서움을 무릅쓰고 스노클링을 하였다. 구명조끼를 끼고도 즐길 수 있었지만 수영을 했으면 얼마나 더 잘 즐길 수 있었을까 하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제일 큰 아쉬움을 느낀 순간은 고래상어를 보러 갔을 때다. 세부 바다는 염분이 많아서 몸이 물에 쉽게 떴지만 바다에 구명조끼도 없이 손을 놓는 게 쉽지 않았다. 안전바만 계속 잡으며 잠수하여 보았다. 그것조차 매우 무서웠다... 가기 전에는 '세부 바다는 물에 뜨기 쉬우니 손을 놓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상상했는데 막상 가니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고래 옆에서 같이 수영하는 것을 꿈꿨는데 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날 이후 기필코 수영을 배워야겠다 생각을 했다.


수영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종종 든 적 있지만 수영을 못해 아쉬웠던 순간은 없었다. 수영이 필요한 곳을 의도적으로 피했기 때문이다. 수영 회피로 수영에 대한 갈망이 들지 않아 배워야겠다는 강렬한 생각이 들 수 없었다. 하지만 세부여행을 기점으로 수영을 못해 아쉬움을 강하게 느껴 배우기로 결정했다.


수영을 배우려고 보니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영을 다녀본 친구 말로는 경쟁이 치열해서 티켓팅 수준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4월에 신청하고 싶었으나 정말로 인원이 마감돼서 신청을 못 했다. 까먹고 있다 5월에 신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아침 7시와 오후 7시에 신청이 가능했다. 아침 7시에 수영을 가면 상쾌한 아침과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바로 신청했다. 고민하다간 인원이 마감될 거 같았다. 신청하자마자 소름 돋게 바로 마감됐다. 내가 마지막이었나 보다. 신청이라는 큰 관문 넘겨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수영복(실내수영복), 수경, 수모를 필수로 사야 하며 수영가방, 소분 용기, 제모 등 준비해야 할게 많았다. 수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었다. 가기 전부터 지쳐 헬스나 갈까... 싶었지만 쉽지 않은 기회이고 이런 생각으로는 언제 또 배울지 몰라 준비물을 급하게 부랴부랴 샀다.


나의 목표는 물에 몸이 뜨는거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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