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말자
수영을 할 땐 수모와 수경을 쓰기 때문에 샤워하고 나왔을 때 얼굴이 매치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주일쯤 되니까 같은 반이신 분들의 얼굴이 조금 익었다.
항상 웃는 얼굴을 가지신 분께서 "그래도 안 빠지고 꾸준히 나오네" 물꼬를 먼저 텨주셨다.
수영도 마음처럼 잘 안되고 이리저리 사람에 치여 자존감이 낮아진 순간이었는데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시니 티는 안 냈지만 신났다. 들뜬 마음에 "빨리 잘하고 싶어서요..!!!" 대답했다.
"젊고 애살이 있어서 금방 잘 될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의 장점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수영을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 나는 더 잘하고 싶어 유튜브로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수영 강습 시작 앞뒤로 개인 연습을 했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나인데 힘 빠지게 하는 말 때문에 나의 가치를 잊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따스한 말을 들어서 계속 되뇌이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칭찬을 듣게 되는 상황이 잘 안 생긴다.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칭찬을 받으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수영 재미있어?"
"재미는 아직 없어요... 앞으로 잘 안 나가져요 ㅜㅜ"
"처음엔 다 안 나가져~~ 나는 4개월 동안 왕초보였어~"
"얼마나 다니셨어요?"
"1년 됐어~"
"엄청 오래 다니시네요"
"수영이 재밌으니 계속 오게 돼~"
나는 1년 이상 꾸준히 하고 있는 취미가 없는데 반성하게 되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니 앞으로 잘 안 나가던 발차기가 어느 순간 나가게 되었다. 팔 돌리기도 잘하게 되었다. 수영은 잘하려고 힘을 쓸수록 더욱 안 되고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아야 동작을 하나씩 수행할 수 있는 걸 깨달았다. 물공포증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물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 더욱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은 후 몸에 있던 긴장이 풀리고 자신감이 생겨 더 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