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린이에서 수친자
친밀도 상승
수영 강습을 받은 지 한 달 차가 되었다. 진도는 배영과 평영 발차기까지 나갔다. 킥판 없이 자유형을 매끄럽게는 못 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완벽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물이랑 친해졌다고는 말할 수 있다.
물공포증이 있어 얼굴에 물이 조금이라도 닿기 싫었다. 수영을 하려면 머리를 물에 넣어야 뜰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초반에는 물이랑 친해지는 시간이 5분 정도 필요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 몸이 물에 뜨는 자체가 신기해서 빨리 수영을 하러 가고 싶어 진다. 한 달 차가 되니 휴무날에 수영을 못할 때면 몸이 찌뿌둥하고 빨리 물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왜 '수친자' 말이 생긴 지 알겠다. 마음과는 달리 앞으로 안 나갈 때는 너무 괴로웠는데 어느 순간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는 재미가 생기니 수영이 너무 재미있다. PT와 필라테스를 한 번씩만 해보긴 하지만 수영은 확실히 재미가 있다. 물에서 움직이면 기분이 좋다. 한 달 전만 해도 물속에 들어가는 건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는데 한 달 만에 변한 내 모습이 신기하다. 역시 불가능이란 없다.
호흡의 중요성
수영에 대해 하나도 모를 시절에는 물에 떠서 팔 돌리기와 다리만 첨벙첨벙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중요한 건 호흡이었다. 오랫동안 물안에서 수영하는 건 매우 힘들다. 육지에서는 자연스레 숨을 쉬지만 물안에서는 자의적으로 숨을 쉬어줘야 한다. 그래도 발차기처럼 익숙해지고 방법을 터득하면 물안에서도 편안히 호흡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심리적인 싸움
킥판의 유무는 심리적 안정감의 차이다. 킥판이 있으면 물에 빠지진 않을 거 같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만 킥판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물에다가 몸을 맡기고 편안히 해야 하는데 아직 몸에 힘이 들어간다.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A 회원님이 숨을 쉬려고 머리를 들면 안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머리를 들어야 숨을 쉬는데 무슨 말인지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레 얼굴을 들어 호흡을 하는 것과 몸에 힘을 주어 얼굴을 숨쉬기 위해 있는 힘껏 드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깨닫고 조금 더 편안히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본인도 그랬었다면서 말씀해 주신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나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기도 하지만 최근에 초급 과정을 밟은 사람의 경험담이 더욱 신뢰가 가고 힘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