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을 줄 알았던 수태기
수영을 배운 지 2개월 반쯤 되었을 때 수태기를 접하게 되었다. 수태기란 권태기의 변형된 형태로 하다 보면 수영을 안 가고 싶은 시점이 온다는 뜻이다. 물에 뜨지도 못하던 시절, '수태기' 단어를 보고 나와는 관련이 적다고 생각했다. 걸음마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 수태기가 올 틈이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수태기가 오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1. 강사의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한 달마다 강사의 커리큘럼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아닌 한 달씩 주기로 커리큘럼이 반복된다. 자유형 뺑뺑이를 주로 돌다 보니 자유형만 실력이 늘고 평영과 접영의 실력을 늘리고 싶은데 개인적인 적인 연습 없이는 실력이 늘지 않는 게 느껴진다. 자유형 실력을 어떻게 늘었는지 생각해 보면 물에 뜨고 싶고 수영을 빨리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수영장에 빨리 도착해서 매번 연습하고 끝나고도 연습하고 강습 중에도 혼자 쉬지 않고 연습했다. 그 덕분에 다른 회원분들에게 잘한다며 칭찬을 많이 들었다. 역시 뭐든지 누가 가르쳐줘서 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2. 몸의 변화가 없다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 원래는 헬스와 수영 중에 고민했었다. 헬스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육안으로 보이는 눈바디가 달라질 수 있기에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건 수영이었다. 수영은 배우면 물놀이나 수영장에서 써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둘 중에 고민하다, 수영강습은 접수도 힘들다는 말에 강습 신청이 되면 하고 마감이면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있어서 우연히 하게 되었다. 3개월 정도 된 시점에서 수영을 배운 건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영을 해서 살이 빠졌다거나, 상체 근육이 좋아졌다거나, 자세가 좋아졌다거나, 군살이 좋아졌다 등 큰 변화는 못 느끼겠다. 몸에 변화가 생기길 바랐던 마음은 충족이 되지 않아 수태기가 왔다.
3. 혼자 하고 싶다
개인 수영 강습이 아니다 보니 다른 회원분들과 강습을 듣는다. 처음에는 수영장이 어색하고 수친도 없어서 외롭다는 생각이 약간은 들었다. 잘한다고 해주시고 오며 가며 인사하고 가벼운 이야기 주고받다 보니 나이는 20살 이상 차이가 나도 재밌었다. '학생이에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가 어려 보여서 묻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괜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생은 아니기에 직장도 안 다니면 백수라고 말하는 셈이 된다. 눈치를 안 봐도 되는데 나 스스로가 떳떳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취미로 하는 수영인데 마음에 짐이 늘어났다.
대부분 40대 이상이신 분들이 주로 다니신다. 그래서 20대인 나는 눈에 확 띈다. 이제 어느 정도 수영을 할 줄 알게 되고 젊으니까 체력이 좋다는 말들에 괜히 부담감이 생긴다. 괜히 점점 더 잘해지는 모습을 증명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샤워장과 파우더룸은 수영 강습 시작 전 후로 회원들로 가득가득해서 전쟁이다. 가끔 샤워장에서 매너 없는 새치기를 당할 때면 짜증이 확 난다. 그리고 조용히 운동을 하고 가고 싶은데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할 때면 서서히 기가 빨린다. 그래도 초급반 회원분들과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가도 다니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