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유지의 어려움
배영은 하늘을 바라보며 물 위에 떠있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숨도 쉬기 편하다. 하지만 강습할 땐 배영이 싫어진다. 배영을 할 땐 앞을 못 보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충돌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배영의 딜레마
내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배영을 할 땐 뒷사람의 손이 휘적휘적하며 다가오는 게 보인다. 뒷사람이 쫓아오고 있다는 생각에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잘 잡혀 있는 자세가 급한 마음에 틀어진다. 손동작 타이밍도 놓치게 되어 물을 먹게 되니 뒷사람과 부딪히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실제로는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괜히 부딪힐까 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부딪힐 거 같아서 일어서보면 내가 생각한 위치보다 뒤에 있었다.
뒷사람과의 충돌사고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앞을 못 보니 괜히 앞사람 발에 부딪힐까 봐 천천히 가게 된다. 또 천천히 가면 뒷사람에 피해가 가게 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최대한 적정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출발해도 앞을 못 보니 답답하다. 배영은 속도를 조절하는 게 너무 어렵다.
이게 맞을까
누워서 가다 보니 내가 물에 어느 정도 떠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다. 배영 발차기를 하다 보면 발이 바닥에 닿을 것만 같고 물에 가라앉을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 들 때면 극복해 낸 물 공포증이 다시 찾아온다. 수영은 할 수 있게 되어도 물에 잠겨 숨이 막힐 거 같은 기분은 지속된다. 수영을 할 수 없을 때는 수영을 할 수 없으니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물에 잠기는 건 어느 누굴 데려와도 무서운 게 당연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