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그 시점이 내가 퇴사한 지 한 달째가 되었을 때였다. 민희진 대표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유튜브 댓글에는 민희진 대표님을 응원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나는 작은 중소기업에서 소위 말하는 정치질을 당했는데 민희진 대표는 엄청난 규모의 기업에서 얼마나 억압을 받았을지 그림이 그려졌다.
나는 3개월간 따돌림을 당했다. 작년에 회사가 적자가 나서 사장은 인원 감축을 할 생각으로 올해를 맞이했다. 나의 팀장은 상무였는데 사장의 조카였다. 1월 초에 상무가 이야기하자며 방으로 불렀다. 사장이 상무한테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상무가 대답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나한테 관심이 없고 능력 부족인걸 이제 알았나 보다. 나는 여러 번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 물었고 나는 성장해나가고 싶었다. 나를 고인 물에 남기게 한건 능력 없는 그들의 잘못이면서 신입인 나에게 경력직만큼의 성과를 원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사장은 맨날 임원들만 불러 소고기를 먹는 걸 즐겨했다. 쓸데없는 회의도 많이 하는 듯했다.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골프도 치러 가는 거 같다. 상무가 자기 입으로 A이사 빼고 골프 치러 갔다고 이야기를 했다. 주말은 아닐 테고 업무 시간 중 아닐까. 그래서 맨날 자리에 없었다.
회사가 X, Y지역에도 있었는데 상무가 갑자기 X나 Y로 발령 보내면 어쩔 거냐, 나 빼고 어디로 모여라라고 하면 어쩔꺼냐하며 겁을 줬다. 팀장이면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지 그냥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보낸다'라는 이야기를 나한테 하자마자 든 생각은 삼촌과 조카의 관계니 정말로 사장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또라이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사장은 나 빼고 전부 소고기 먹으러 오라고 상무한테 전달했다. 너무 치사하고 유치했다. 나는 그 일을 겪고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 이런 인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 너무 놀라웠다. 그동안 잡일하며 버티고 참아왔던 마음들이 퇴사를 결정짓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