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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Sep 08.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1)

(인도살이 준비기 1 - 난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2023년 여름, 웹툰작가 기안 84의 여행기를 담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인도 편이 방송하던 무렵이었다.


난 평소에 태계일주나

톡파원 25시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봤고,

내가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곳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자유롭게 세계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변화보다는 안정을 좋아했기에 

외국 생활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온 남편이 물어온다.

"인도 주재원 공고 났는데, 신청해 볼까?"


"인도? 글쎄... 인도는 여행도 별로인데..."


'인도 여행기를 TV 프로그램으로 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내가 기안 84가 여행하고 있는

인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선뜻 좋다는 대답은 할 수 없었다.


남편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고,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외국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국제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다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의 교육, 이게 맞나? 늘 의문이 많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대학 입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느낌이다.

나도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세월이 흘러도

대학 입시라는 결승점을 향한 아이들의 달리기는

쉼이 없어 보여 안타까웠다.


이렇게 교육의 방향성에 의문은 많았지만,

나도 보통의 엄마이다.

사교육을 뒤늦게 시작한 내 결정에

우리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했고

한 학기라도 선행을 시키겠다며 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런 나에게 아이의 국제학교 진학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여러 번 주재원 지원에서 탈락했던 기억도 났다.

'설마 될까... 되면 어쩌지?'


여러 생각과 고민이 교차하던 순간이었다.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고,

우리 부부는 인생의 흐름에 맡겨보자는 결론을 맺고, 인도 주재원을 신청했다.


그렇게 주재원 신청 이틀 후에

주재원으로 선정될 것 같다는 남편의 연락이 왔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고 하더니,

내가 인도에서 살게 되다니...



인도 주재원으로 결정되고,

깊이 고민해보지도 않고 덜컥 주재원에 지원했다는 후회와 두려움, 걱정이 밀려오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복잡해졌다.


복잡해진 머리를 좀 식혀보려고 TV를 켰는데,

태계일주 인도 편이 방송하고 있었다.


기안 84가 여행하고 있는 인도는 흥미로웠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도시의 모습, 물이나 기후, 음식들을 보면서 걱정이 앞섰다.


'나도 기안 84처럼 인도에서 여행하듯이 살 수 있을까'

재밌다고 보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제 태계일주를 보는 것도 싫어졌다.


중학교 2학년 아이는 당장 언어부터

학교 적응, 친구들 문제까지 걱정을 했다.   

너무 당연하다. 지금 내가 학교에 다녀야 한다면,

아마 가지 않는다고 했을 것이다.

아이에게는 인도살이의 좋은 점,

기대감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 난 더 크게 한숨을 쉬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결정된 일이다.

우리의 선택이라서 돌이킬 수도 없고,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너무 큰 변화 앞에 두렵지만,

걱정보다는 기대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길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난 인도의 서쪽 도시 푸네로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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