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p 08.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5)
(인도살이 준비기 5 - 퇴사 이야기)
시간 참 빠르다.
인도 출국이 2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생활을 하나씩 정리하는 중이고,
난 퇴사를 앞두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방송작가의 시작은 대학시절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대학 동아리는 언론사로 미리 결정했었고,
친구와 함께 대학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대학신문사는 학생기자 인원이 적어서
사회부, 문화부, 사진부까지 두루두루 거칠 수 었었고,
취재나 원고 작성, 신문 사진 등 많은 것들을 배웠다.
솔직히 대학에서 전공은 제쳐두고,
20대 열정을 대학신문사에 모두 쏟아부었다.
지금이라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었다.
처음 가는 낯선 곳이라도 취재 현장이라면
어디든 카메라를 들고, 혼자 취재를 다녀오고,
신문 발행일에 맞춰 밤샘 기사를 쓰기도 했다.
신문에 나온 내 기사에 울고 웃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기자였는데, 무슨 열정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대학시절을 보내고,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라디오 리포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방송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뭔가에 홀린 듯 지원했고, 일을 시작했다.
조금씩 방송에 재미를 느꼈고,
생방송이 끝났을 때 희열감이 좋아서
라디오 리포터로 3년을 일했다.
하지만, MBTI로 본다면 I 성향인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을 즉석에서 섭외하고,
현장 분위기를 이끌면서 진행하는
생방송 라디오 중계차 방송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려던 찰나에
같은 방송국 라디오 구성작가 제안을 받았고,
물 흐르듯, 난 방송작가로 자리를 옮겨
17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매일 아침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살았다.
매일 새벽 출근에 공휴일도 반납해야 했고,
그 사이에 결혼, 출산, 육아 등
내 인생의 흐름을 방송작가 일과 함께 해왔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인도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도,
출산이나 육아의 고비에도 놓지 않았던 일을
그만두는 느낌이 참 묘하다.
고마움, 아쉬움, 후련한 감정이 모두 뒤섞여서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게 어렵다.
방송작가 일이 너무 좋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의 20대, 3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고맙고, 애틋하다.
방송작가는 이동이 참 많은 직군인데,
같은 곳에서 20년을 일했다는 것도 놀랍고,
방송국에서 만났던 인연이
친구, 언니, 동생으로 남아 있는 것도 고맙다.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구나.
인복이 많았구나. 너무 감사한 일이다.
벌써부터 울컥하다.
마지막에 눈물을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책없이 나오는 눈물 때문에
마무리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