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ya J May 04. 2024

캐나다 생존 스킬

눈치 99단


#캐나다에서_살아남기


#눈치 99단 #서바이벌_스킬



나 스스로를 눈치 99단이라고 칭한다. 언제나 나의 짐작이 맞는 것은 아니기에 100단이 아닌 99단. 이 눈치 99단 능력은 내가 캐나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스킬이기도 하다. 


영어 리스닝이 잘 안 되던 시절,  직장에서 매니저가 어떤 일을 시키면 처음엔 무슨 얘기하는지를 잘 이해를 못 알아들었을 때, 먼저 들리는 단어부터 캐치를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웬만하면 다시 말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적어도 알아듣는 척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럼 그 단어를 가지고 추측을 한다. 왜 이 상황에서 이런 단어가 나왔을 까?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클릭하는 순간이 온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그 순간. 예를 들면 내가 들은 단어는 milk, aisle, 그리고 help라는 단어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 나는 무작정 우유가 있는 aisle을 한번 가본다. 그래도 힌트를 못 찾으면 다른 구역들을 확인해 본다. 그러다가 다른 직원이 생뚱맞은 구역에서 우유를 들고 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물어본다. 무슨 일이냐고. 우유를 꺼내놓고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은 우유들이 aisle에 널브러져 있었던 것. 아하! 이거였구나. 그 많은 우유들을 재빨리 옮겨놔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좀 무식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을 이해하는 순간, 들리지 않았던 모든 문장들이 퍼즐 맞춰지듯 맞춰진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상황파악을 빨리하는 것과도 연관된다.  난 언제나 나 자신에게 말한다. 잘하는 건 없지만 꾸준함으로 승부한다고. 적어도 내가 속한 곳에서 어중이떠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첫날 고도의 집중을 해서 일을 배운다. 처음 Hearing Aid Center(HAC)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다른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왜 그런지를 질문이 생길 때마다 물어본다. 첫날 메모해 둔 것을 토대로 집에서 다시 되새김질을 해본다. 내가 뭘 했으면 어디서 막혔는지.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꼭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나오는데 그럴 때는 다음날 잊지 않고 물어봄으로써 해결을 한다. 실제로 HAC에서의  가장 많이 하게 될 업무 중에 하나가 보청기를 청소해 주는 작업이다. 청소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ear dome이나 filter을 교체해 줘야 하기 때문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마다 다른 서랍장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보청기를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해서 교체해야 줘야 한다. HAC에서의 둘째 날,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나에게 한 고객이 보청기 소모품을 요청을 했었는데 다른 직원들이 바빠서 내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대충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을 한 상태라서  간단한 교체작업만 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랬더니,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일을 처리했다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물론 정말 별거 아닌 작업이었지만 나름 신경 쓰고 노력한 결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나를 증명하는 방법은 성실함이라 하겠다. 




나의 눈치 99단이 다르게도 쓰일 때가 있다. 멤버십에 일했을 때 일이다. 어딜 가나 게으른 직원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 직원은 정말 일을 느리게 처리하는 데 언듯 봤을 때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태생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 직원은 틈만 나면 화장실을 가는데 어느 날 클로징 업무를 해야 하는 데 그 직원이 화장실을 간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내 직감으로 분명 그 직원은 화장실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서 매니저에게 저 직원이 지금 화장실을 간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다른 곳에 갈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참고로 모두가 그 직원의 나태함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라 다를까, 매니저가 뒤쫓아 간 결과 런치룸에서 쉬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나름 꽤 부리는 사람들을 잘 찾아내는 눈치라고나 할까?







#캐나다생존스킬 #캐나다 #이민자의 삶 #눈치 백 단 #눈치 99단






매거진의 이전글 8년 전 밴쿠버는 어땠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