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토리
캐나다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는 취업비자가 있는 것이 좋다. 학생비자로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취업비자인 워킹홀리데이 비자나, 코업비자가 필요했다. 나이 제한에 걸려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할 수없던 나는 코업비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정기간 동안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면 인터쉽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비자이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굳이 학교를 등록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만 코업비자인 경우는 학교에서 발급해 주는 비자이므로 반드시 학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6개월 정도 컬리지에서 Hospitality 수업을 들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취업을 위한 수업인데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제일 쉽고 무난한 이 과를 선택한다. 물론 이 과를 선택한다고 해서 꼭 이에 관련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필자도 그럴 목적으로 수업을 들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꼭 6개월을 채우고 일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코업비자가 나온 순간부터 일을 해도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도 예산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해야 했다.
사실상 영어가 준비되지 않으면 취업하기가 어렵다. 보통 워킹홀리데이로 온 유학생들이 취업하는 데가 레스토랑인데 특히 초밥집이다. 놀랍게도 캐나다의 대부분의 초밥레스토랑은 한국인들이 운영한다. 한국사람이 운영하다 보니 거의 모든 서버들이 한국사람들이다. 그렇다는 것은 기본적인 영어만 알아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 팁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돈이 필요한 유학생들에게는 블루오션인 셈 인다.
필자도 처음엔 초밥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냈다. 캐나다에서 일한 경력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든 일해야 했다. 일했다는 경력이 있어야 나중에 다른 곳을 지원해도 뽑힐 확률이 높다. 문제는 한국에서조차도 서버일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딱히 많이 해보진 않은 나로서는 이 순간만큼 후회스러운 적이 없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유학생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오기 전에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그 경험들이 반드시 빛을 바랄 순간이 올 것이다.
당연히 초밥레스토랑에서는 나를 뽑아 주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경험 부족이겠지. 한국사람도 안 뽑아주는데 과연 캐나다 회사에서 나를 뽑아 주겠나 싶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영어로 일할 자신이 없어서 한인마트에 지원을 했다. 캐나다에 대표 한인마트들이 있다. H-Mart, 한남, Kim's mart 그리고 아씨마트. 필자는 kim's 마트에 지원을 했다. 사실 그 흔한 편의점 알바도 못해본 내가 과연 캐쉬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스토어 매니저님이 친절한 분이셔서 면접도 잘 마쳤고 다음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인마트긴 하지만 외국인도 많이 오다 보니 당연히 기본적인 손님응대는 해야 했다. 필자에게 손님응대보다도 더 힘들었던 건 캐나다 돈에 익숙해져야 했다는 점. 카드사용이 익숙했던 나에게 현금을 만져야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고 위에서 말했듯이 편의점 알바 한번 못해본 내가 거스름돈을 맞게 줬는지부터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몇 주동안 트레이닝이 끝난 후에야 일에 적응할 수 있었다. 7개월 정도 한인마트에서 일을 하면서 슬슬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굳이 캐나다까지 와서 한국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한인마트에서 일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현지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건 사실이고 생활 영어도 많이 배웠기에 나에게는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영어회화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일을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같은 교회에 다니던 중국계 캐나디안 친구가 Dollarama라는 캐나다에서 유명한 달라 스토어인데 그곳을 소개해 주었다. 그 친구는 풀타임으로 유통업계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주말만 파트타임으로 Dollarama에서 일한다고 했다. 참고로 캐나다에서 지인소개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가장 빠른 취업 방법이다. 지인 소개여서 인지는 몰라도 매니저를 만나러 갔는데 면접도 없이 그냥 며칠 후에 스케줄을 잡아 주었다. 나름 면접을 준비하고 갔었는데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처음 몇 달간은 캐쉬어 일을 했다. 첫날 바로 캐쉬어를 시작했는데 보통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캐쉬어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옆에서 boddy가 함께 일해주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캐쉬어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물론 register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기계적인 부분에서의 트레이닝 말고는 따로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다. 역시 한인마트에서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필자는 일을 빨리 배우는 타입이라 캐쉬어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매니저가 캐쉬어 일 외에 merchanding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매일 각각 해당하는 섹션에 물건을 채워 넣는 것인데. 매 시즌마다 새로운 상품으로 디스플레이하고 정리하는 일이 오랫동안 서서 돈만 만지는 캐쉬어 일보다 훨씬 배울 것도 많았다. 일 년 동안 스토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관찰하면서 전반적인 캐나다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1-2월은 패밀리데이와 밸런타인데이, 3-4월은 부활절, 5-7월은 family day와 gardening, 8-9월 back to school(캐나다의 학교 개강은 9월이다.) 10-12월은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이것만 봐도 캐나다 사람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1년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풀타임으로 프로모션이 되었다. 풀타임이 되면 회사 benefit인 insurance를 받을 수 있어서 보험으로 커버될 수 있는 약이라든가 치과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년 정도 되었을 때는 superviser 제안을 받았었지만 거절했다. 그 이유는 여전히 영어 때문이었다. 슈퍼바이저가 되면 웬만한 컴플레인이라든가 매니지먼트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4년 정도 돼서야 superviser 타이틀을 달았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높아지고 매니지먼트와 소통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5년째 되던 날, 또 다른 프로모션 제안이 왔다. Assistant Manager. 하지만 나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고민도 해봤지만 사실 나는 일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필자는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더 큰 회사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정든 회사이지만 그 당시 다른 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었서 선뜻 그 제안을 받아 들일수가 없었다.
그 결과, 현재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Dollarama에서 5년간 일했던 경험이 코스트코에 취업할 때 큰 stepping stone역할이 되어주었다.
물론 달라라마에서 일하는 동안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했고 그래서 타임 프레임이 맞지 않음을 명시한다.
다음 이야기는 연애 스토리를 나눌까 한다. 캐네디언 남자 친구 만들기 꿈이 과연 이루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