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젼보드
캐나다에 오기 전에 비젼보드를 만들어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바로 볼 수 있게 방문에 붙여놨었다.
캐나다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들을 비젼보드로 만들면 왠지 모르게 이루어질 거란 환상을 가지게 되더이다.
그중 하나가 캐네디언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핫한 TV쇼였던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캐나다 출신의 기욤의 사진을 샘플로 이용해서 미래의 남자친구 모습을 표현했었다. 한국에서도 만들기 힘들었던 남자친구를 과연 내가 캐나다에서 만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쨌든 희망사항이니까.
그런데 진짜로 캐네디언 남자친구가 생겨버렸다! 어떻게?!
캐나다 온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ESL 어학원에서 UCCBT 컬리지로 넘어갈 시기쯤에 가끔 오가며 마주쳤던 강사가 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다. 외국인과, 그것도 내가 그리 바라던 캐네디언과의 연애라니?!!
한 번은 점심시간 때 시간이 되면 같이 밥을 먹자고 하길래 '이게 웬 떡이냐, 외국인하고 단둘이 식사하다니.' 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같이 밥을 먹으러 갔었다. 솔직히 이런 기회는 정말 하늘이 준 기회이다. 아무리 캐나다에 있다 하더라도 원어민과 대화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찰나에 이런 기회가 왔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심지어 밥값까지 지불해 줬다. 보통은 각자 먹은 것은 각자가 내는 문화이기에 오히려 돈을 아껴야 하는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물론 괜히 밥을 사줬겠는가. 뭔가 사심이 있어서 사줬겠지.
그렇게 여러 번 점심을 같이 먹으러 다니면서 우리 둘의 사이도 점점 가까워지고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이 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10살 정도 많았는데 30대였던 나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고 더군다나 영어강사이기에 연애하면서 영어공부도 덩달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이 관계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 다 큰 성인들이 연애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학교에서 이를 문제 삼아 버렸다.
한창 연애를 즐기고 있을 때 처음 사귀는 외국인 남자 친구라 인스타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함께 데이트한 사진들을 그 친구의 얼굴은 스티커로 가리고 인스타에 업데이트를 했다. 그 당시 내 인스타는 오픈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나 와서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외국인 남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Fired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학생 중에 하나가 우리의 관계를 폭로했다는 것이다. 학교 강사가 학생을 만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 큰 성인들이 만나서 연애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2009년도에도 잠깐 캐나다여행을 하면서 어학원을 다녔었는데 그 당시 학생과 강사가 연애하는 것을 직접 지켜본 나다. 그 당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대가 변해서일까? 남녀의 관계의 관점이 달라진 듯싶다. 여러 성범죄들이 날마다 일어나는 시대에서 아마 이 또한 그에 대한 영향일까? 그 뒤로 인스타그램을 프라이빗으로 바꿔버렸다. 분명 학생들 중 하나가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폭로를 했다고 생각했기에. 다음날 한 한국인 학생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언니, 왜 인스타그램 닫았어요? 오픈해요~" 그 순간 바로 알아챘다. '너구나. 네가 일러 바쳤구나.' 누가 봐도 질투심 많게 생긴 한국인 학생이었다. 이 학생이 그 강사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남 잘되는 거 배 아파하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특징을 여기서도 보게 되다니..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내가 한국인 친구를 학교 다니면서 만들지 않았다.
그럼, 이 외국인 남자 친구와는 어떻게 되었을까?
본의 아니게 나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떠나야 했기에 미안해서 연락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연락을 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가끔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였다. 나름 어린 마음이었을까? 연락만 기다려야 하는 내 상황이 너무 싫어졌다. 연락이 와야만 만날 수 있고 내 스케줄이 아닌 그 친구에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점점 나를 지치게 했다.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 연애하러 온 게 아니다.'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라.' 잠깐의 외로움 때문에 큰 그림을 망칠 수는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좋으련만. 역시 이 또한 허락되지 않으니 이메일로 이별통보를 했다.
한 가지 깨달은 건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미련도 없다는 것. 나는 그 친구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의 영어공부에 도움을 주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해 잠깐동안이나마 집착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좋게 마무리가 되어 가끔 어디선가 마주치더라도 안부정도는 물어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 그렇게 미련 없이 5개월간의 나의 오랜 환상이었던 캐네디언 남자 친구와의 연애가 끝났다.
2016년도가 끝날 갈 때쯤. 나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다. _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