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남자친구(2)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다

by Sonya J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취업한 곳은 한인 마트인 'Kim's Mart'였다. 밴쿠버에 지역에 1호점, 버나비 지역에 2호점이 있는데 처음에는 1호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실 그 당시 나는 버나비 쪽에서 살고 있어서 2호점에 일하기를 원했지만 일이라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또 학교에서는 1호점이 더 가깝기 때문에 불평 없이 다니기로 했다.


3개월쯤 지났을까? 매니저님께서 혹시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 해 12월에 나는 이미 그 캐네디언 남자 친구와 헤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분께서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소개팅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는 것이다. 사실 캐나다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었다.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구도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기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대단히 신중한 문제였다. (그 캐네디언 남자친구의 신분은 강사였기 때문에, 그리고 영어공부에 도움이 줄 사람이었기에 나름 안심하고 만났다.) 더군다나 나는 한국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외국인과의 연애를 언제나 꿈꿔온 나에게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알고 지낸 매니저님은 그래도 내가 신뢰할 수 있는 분이었기에 기회가 된다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2017년 1월, 한 카톡문자를 받았다. "ㅇㅇㅇ입니다. 매니저님 소개로 연락드립니다." 올 것이 왔구나!

사실 문자 답변을 늦게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카톡계정이 한국계정과 캐나다계정으로 나눠있었는데 캐나다계정은 아이패드로 연결되어 있어서 실시간으로 확인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자를 받고 한참뒤에서야 답장을 했었다. 그 당시 그분이 말하길, 내가 문자를 안 하고 있어서 관심이 없나 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고 하더이다.


어쨌든, 2017년 1월 22일, 우리의 첫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다. 메트로타운 mall에 있는 맥도널드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그분이 오기를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되어갈 때쯤 저 멀리서 멀끔한 한 남자가 걸어오는데 이 사람이 그 소개팅 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장소를 옮겨서 밥을 먹으러 갔다. 어느 한국에서의 소개팅처럼 밥 먹고 커피 마시러 가고.. 별다를 게 없는 그런 첫 만남이었다. 별 기대를 안 하고 가서일까? 나도 어차피 마지막이 될 만남이면 그냥 스스럼없이 편하게 놀다가 와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 모습이 좋았던 걸까? 그분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매일 데이트는 할 수 없었지만 매일 볼 수는 있었다. 항상 내가 일이 끝날 때 맞춰서 와서 나를 집에 데려다줬기 때문에. 매일 거의 빠짐없이 나를 데려다주었다. 덕분에 차비를 엄청 아꼈다는 것. 사실, 이미 30대가 된 나에게 연애는 결혼까지 염두해야 할 일이었다. 데이트를 하면서 점점 이 사람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연애 9개월쯤 되었을 때, 우리는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내가 캐나다에 머물기 위해서는 비자를 계속 연장을 해야 했고 내년이면 또 비자가 만료가 되기 때문에 그전에 결정을 해야 했다. 시민권자인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결혼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배우자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비자를 연장할 필요가 없다.


남자친구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사람도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를 많이 관찰했을 것 같다. 본인이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과연 내가 그런 부류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했을 것이다. 세상에 정말 별의 별난 사람들이 많다. 상상도 못 할 만큼. 특히 캐나다에 영주권을 갖기 위해 사기결혼하는 케이스도 많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생각했냐면, 전 캐나디안 남자 친구가 나에게 말하길, '너는 나를 이용해서 영주권을 따고 싶은 마음이 없니?' 난 단호히 말했었다. 난 절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은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 아닌가?


여하튼, 나 또한 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이 사람도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갔다. 이렇게 결혼에 대한 확신이 들고 이제 어떻게 배우자 영주권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아봐야 했다. 배우자 영주권 신청서류는 정말 정말 정말 신경 써야 할 게 엄청 많았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했던 것은 동거이다. 동거라... 요즘에는 결혼 전에 동거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한다는 것은 왠지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물론 캐나다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Living common in-law, 즉 사실혼인데 결혼은 안 했지만 부부임을 입증해 주는 관계인데 이 상태에서도 배우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결혼을 안 하면 부부로 인정을 안 하니까 그런 게 우리 문화이기에 결혼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려면 따로 떨어져 사는 것보다 같이 살아야 영주권 신청에서 유리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를 이용해서 사기 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동거가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했다. 매달 렌트비를 내는 내 입장에서 남자 친구와 같이 살면 돈을 세이브할 수 있고 그 돈으로 결혼자금을 만들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6개월간의 동거기간을 마치고 우리는 혼인신고를 했다. 자세한 캐나다 결혼 스토리는 다음 편에 계속하겠다.


특별한 거 없는 캐나다 남자 친구 스토리였지만 이 스토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감사할 일이고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것도 캐나다에서 모든 게 이루어졌다. 내 인생에 결혼이란 단어가 없어진 지 오래였는데 내가 사랑하는 나라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내 비전보드의 가운데 사진 중에 캐나다에서 결혼한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이는 나도 캐나다에서 꼭 결혼하고 싶다는 꿈을 담고 있다. 정말로 캐나다 남자친구와 연애하고 결혼하는 꿈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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