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Marriage

혼인 신고

by Sonya J

어렸을 때부터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심지어 과연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한국에서의 결혼 준비를 하는 여러 지인들의 모습들을 볼 때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30분 만에 끝나는 예식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하며 과연 그것이 결혼생활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주기식의 결혼은 더더욱 하기 싫었다. 내가 결혼한다면 그냥 혼인 신고만 하고 그 예식비용을 살림하는데 보태 써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이 다짐은 캐나다에서 실현이 되었다.


현 남편과 결혼하기로 결심했을 때, 우리 둘은 뜻이 통했다. 거창한 결혼식보다는 civil marriage를 택했다. 캐나다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모든 결혼 준비는 당사자들이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예식장부터 메이크업, 드레스, 리셉션까지 한 번에 예약해 주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장소부터 당사자 스스로가 직접 찾아야 하고 드레스도 구입해야 하고 헤어, 메이크업까지 손수 알아서 찾아야 한다. 주례사 또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보통 목사님이나 성직자, 또는 따로 자격증을 딴 커미셔널들만 주례를 할 수 있고 주례사가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 줘야지만 결혼이 인정된다. 내 오랜 친구가 캐나다에서 결혼을 할 때 이 모든 과정을 들려주었는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닌 듯했다. 따로 신부화장을 해주는 샵이 없기 때문에 개인 hair dresser를 고용하고 드레스도 따로 주문하고 결혼 장소와 음식까지 인원수에 맞게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갈 수가 없다. 이 모든 과정을 준비하는데 든 비용도 만만치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일 테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나에게는 다 사치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civil marriage를 택했다. 한국의 혼인신고는 직접 구청에 가서 신청만 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캐나다는 조금 다르다. 먼저 공증서에서 결혼 증명서를 신청해야 한다. 이 신청서를 가지고 주례를 봐줄

commissioner를 찾아야 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원하는 커미션널을 고르면 되는데 그 당시 $97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은 결혼 장소로 직접 초대해서 주례를 보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직접 본인집을 제공해 주는 커미션널을 찾았기에 굳이 장소까지 섭외할 필요는 없었다. 주례사와 약속을 잡았으면 증인 두 명과 결혼증명서 신청서를 가지고 가면 된다.

커미셔널 자택에서 증인으로 와준 브라질 부부와 함께


나의 오랜 친구인 브라질리언 부부가 나의 증인이 되어주어 그날 약소하게 결혼식을 치렸다. 비록 하객 없는 결혼식이었지만 너무나도 진실되고 내가 원하던 그림의 결혼식이었다. 진심으로 나를 축복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들만의 서약식을 올렸다. 2018년 3월 3일. 우리는 이렇게 모두의 축복 아래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커미셔널이 결혼 증명서를 관련 기관에 보내면 며칠 지나서 marriage certificate 이 우편으로 배송된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배우자 영주권을 신청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캐나다에서 결혼한 증명서만 있으면 결혼한 것이 인정이 되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도 결혼한 증거가 필요했다. 일전에 말했듯이 영주권을 따기 위해 위장 결혼을 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어차피 예정된 순이였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먼저 결혼식을 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되면 영주권신청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신청하기 위해서는 캐나다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해야 했다. 캐나다에서 혼인 신고를 마치고 다음 달에 바로 한국으로 행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싶지 않았다. 장소며, 메이크업, 드레스까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빠른 시일 내로 식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결혼식 비용으로 엄청난 금액을 쏟아붓고 싶지도 않았다. 다행히 아는 지인을 통해서 기독교성도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신부화장, 드레스를 대여해 주는 곳을 찾았고 결혼식은 시댁 어르신들이 다니는 성당에서 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구청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한 달 안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내가 로망하던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남들처럼 보여주기식의 결혼식은 아니었다. 신랑 쪽이 천주교라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의식이 너무 성스러웠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온전히 부부를 위한 시간이었다. 캐나다에서 할 수없었던 웨딩 세리머니를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올려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본격적으로 배우자 영주권 신청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웬걸.. 작성 서류만 모아봤더니 무려 3인치(거의 검지손가락 길이)나 된다.. 다음 편에 배우자 영주권 신청과정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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