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ya J Jan 31. 2024

여행 후유증 part 1.

Whistler 이야기

1박 2일의 새해 첫 여행. 사실 여행이라기보다 휴식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7년간 밴쿠버에 살면서 1박으로 놀러 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건 한국에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이란 단어는 나에게 안타깝게도 '사치'로 다가왔다. 차라리 여행에서 쓸 돈을 저금하는 게 나에게는 더 현명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올해 계획도 없었던 Whistler를, 겨울철엔 그 예약하기 힘들다던 호텔까지 예약을 하면서 다녀왔다. 특히, 겨울시즌이 성수기이기에 호텔 비용도 비시즌보다 엄청 비쌀 텐데 지인찬스를 통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굳이 여행을 가야 하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두 번 다시 오질 않을 기회라 생각해서 가기로 결정했다. 일요일 보통 저녁 7시까지 일을 하는데 미리 스케줄을 오전반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한 덕분에 오후 2시, 일 끝나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지인의 차를 타고 휘슬러로 향했다. 사실 얼마 전에 밴쿠버에 폭설이 쏟아져서 과연 휘슬러를 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다. 밴쿠버에 눈이 이 정도 왔다면 휘슬러는 더 심각했을 것이기에 운전조차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눈 내리는 일기예보들이 점점 비로 바뀌면서 출발 당일에는 보슬비정도가 되어서 휘슬러까지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휘슬러 여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도에 친구와 함께 당일치기로 다녀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저 친구만 졸졸 따라다녔던 기억이 난다. 스키를 타러 간 것도 아니었고, 휘슬러마을을 그저 둘러보는 정도. 스키 타는 사람들의 모습만 덩그러니 구경하고 왔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첫 휘슬러 여행은 휘슬러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하나를 구입하고 온 정도의 기억만 남아있다.


나의 2024년도 새해계획에는 여행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좀 더 생산적인 삶을 살기 위한 자기 계발에 대한 계획들이 대부분이었고, 집 대출금을 하루라도 더 빨리 갚기 위해 지금보다도 더 수입을 늘리기 위한 방법도 모색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워킹홀리데이 온 내 사촌이 우리 집에 머무르는 동안 렌트비를 내고 있어서 여분의 수입이 생겼었는데 2월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전에 파트타임을 구해서 그 빈 수입을 메꾸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래서 나에게 1월은 내가 세운 계획을 이루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예측불허를 포함하고 있다. 직장에서 받는 업무적인 스트레스로 지쳐가고 있었고 원하는 시간대에 파트타임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이 점점 나를 좌절시켰다.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왠지 모르게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러 던 중, 같은 부서에 일하는 직원이 1박 2일로 휘슬러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돈을 모아야 하는 이 시점에서 여행을 간다는 것이 내심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결혼 이후로 캐나다에서 한 번도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제주도가 내 마지막 여행이었다. 그 뒤로 캐나다에서 쭈욱- 일만 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나는 왜 나에게 이렇게 강퍅하게 살고 있나 싶었다. 왜 나는 여행은 나에게 사치라고 세뇌하면서 살고 있었던 걸까? 하룻밤에 총 호텔숙박비용이 $200불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4명이서 가면 한 사람당 50불씩만 내면 됐다. 스키를 타러 가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 있는 노천 수영장에서 스파를 즐기고 현지 레스트로랑에서 밥 먹고 펍도 가고 클럽도 가는 코스였기 때문에 저렴한 예산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에게 말했다. 1월의 마지막 날을 여행으로 마무리를 짓자. 1월 동안 열심히 씨를 뿌려났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물도 주고 거름도 챙겨주면서 수확할 날을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는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렇게 오두방정을 떨면서 여행에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보다는 휴식에 가까운 일정이었기에 나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운동. 나름 호텔 수영장을 간다고 생각을 하니 노출되는 부분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기 전까지 매일 아침마다 요가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무슨 유난을 떠나 싶겠지만 사실 2월부터 요가 클래스를 등록할 예정이라 미리 굳어버린 내 근육인대들을 풀어줘야 했었는데 딱히 동기가 생기지 않아서 미루고 있었던 참이었다. 마침 이리 일정이 생겨버렸으니 이걸 핑계 삼아 운동을 해야 싶었던 것이다. 휘슬러 여행계획 덕분에 미루고 있었던 운동을 시작할 수 있어서 이 또한 우연이 아니라 믿는다.


휘슬러 이야기는 파트 2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려고 한다. 단순한 일정 소개가 아니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나누고 싶다. 그 감정들이 여행 후유증이라 부르고 싶다. 그 후유증들을 나누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CALL 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