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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Jan 18. 2024

CALL IN

뜻밖에 눈

아침에 전화가 왔다.

남편이었다. 오늘 출근하지 말라고 집에서 쉬는 것이 어떠냐는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이유인즉슨,

눈이 새벽부터 내리더니 결국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이 쌓인 정도가 이렇다.

소한 때 크게 한번 내리더니...

거의 대한이 다가오니 크게 한번 더 내린다.


밴쿠버의 눈 내리는 날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래도 이번 눈은 양반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번 눈은 예고 없이 오후에 내리는 바람에 모든 교통을 마비시켰다.


two wheel drive 차는 약간의 경사에도 못 올라가 허덕이며 도로 전체를 정체시켰고,

평소에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내리막경사에서도 차들이 미끄러져 충돌사고가 이따랐다.


Langley에 살고 있는 지인이 했던 말 중에

눈이 오면 출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지역은 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는 곳이라 운전할 수 없을 때는 버스로 밖에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눈이 더 많이 내리기 때문에 오늘 같은 날이면 버스운영도 중단이 된다.


아니라 다르까, 그 지인에게 문자가 왔다. Call in을 했다며.

출근은 어떡하든 하겠지만 퇴근길은 장담 못할 듯하다며.


나도 고민이 되었다. Call in을 할까? 그냥 출근할 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은 할 수는 있지만,

남편이 언제나 퇴근할 때마다 픽업하러 오는데 그마저 위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1년 중에 5년을 쓸 수 있는 Call in.

평소에 call in을 쓸 일도 없는데...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 아닌가?


어제 읽은 책 중에서 마음의 소리를 들으란다.

2번의 시그널을 이미 받았지 않았는가 - 남편의 전화와 지인의 문자.

그래. 나의 gut feeling을 믿자.


아침에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매니저에게도 문자를 했다.

매니저의 답장이 웃음 짓게 한다.


"Everyone is calling in today, haha."


오후 4시,

아직도 눈이 내린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간다.

다행히 도로상태는 나쁘지 않나 보다.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퇴근했다.


내일까지 눈이 내린다는데...

내일은 Call in을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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