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통해 배운 것.

왜?라는 물음

by 이프로

8살부터 13살 때까지 장장 6년 동안 바둑을 배웠다.


대한민국 남아라면 꼭 한 번씩은 배우게 되는 태권도를 배우기 전부터 다녔으니, 나의 사교육은 바둑으로부터 일찍이 시작된 셈이다.


바둑돌 잡는 법부터 배웠던 상담실의 모습, 이창호 九단 처럼 국가를 빛낼 수도 있다는 원장님의 말씀, 어머니와 손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장면들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아직 생생하다.


돌아오는 길엔 뭐하나 입에 물고 왔던 것 같다.

학원 앞 분식집이 꽤나 맛있었는데 아마 그것 때문에 내가 느낀 바둑학원의 이미지는 물론, 원장님의 신규 학생 등록 상담은 더욱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바둑을 배웠다고 하면 보통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집중력에 많은 도움이 됐겠네요?"

“예의범절, 승부에 대한 태도를 배우는 데 도움 많이 되지 않나요?"등의 질문이다.


맞는 말이다.


다만 돌이켜봤을 때, 내가 바둑을 통해 배운 건

‘왜?'라는 물음이 아니었나 싶다.


짧게는 몇 십분. 길게는 몇 시간이 걸리는 한 판의 바둑은 첫수부터 마지막 상대방이 돌을 거둘 때까지 상대방의 수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이건 누가 시켜서,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닌 자연스레 나오는 물음이다.


'왜 여기다 뒀을까?'

‘어제는 상대가 이렇게 안 뒀는데 왜 오늘은 포석을 바꿨을까?'


반상(바둑판) 위를 보며 끊임없는 질문에 질문의 연속.


성인이 되어 군 생활, 사회생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 같은 물음들은 나와 함께했는데, 이 같은 '왜'라는 물음은 흔히 말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여기서의 문제의식은 불평불만이 아닌, '보다 더 나은 방향은 없을까'에 대한 물음과 고민이었고, 그 문제의식 덕을 꽤나 많이 봤다고 자신한다.


바둑을 통해 배운 '왜?’라는 물음은 이제껏 그랬듯, 앞으로도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덕을 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밥벌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라는 물음은 비범한 능력도 아닌, 그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라 나는 정의한다.


'왜 이런 맛이 날까?'밤새 연구하는 주방장처럼.


'왜 이번 달은 실적이 저조할까?'고민하고 분석하는 영업사원처럼.


‘어떻게 하면… 이렇게 하면…?’ 어디서나 내내 상상의 상상을 펼치는 마케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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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릴 적의 내가 상대를 꼭 이기고 말겠다는 집념에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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