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인생 한 마디는 무엇인가요?
누군가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던 적이 있나요?
도통 잠이 오질 않는 연휴의 끝자락 새벽. TV 채널을 이리저리 옮겨가다 이따금씩 보는 바둑 채널을 틀게 됐습니다.
일반 프로 기사들의 대국이 아닌, 프로와 아마추어 꿈나무와의 이벤트 경기가 방송되고 있었는데요!
백은 우리나라 최정상 기사인 강동윤 九단이었고, 흑은 2012년생 현재 한국기원 연구생 소속인 000 어린이였습니다.
(현재는 연구생이니까 곧 프로 입단을 하겠죠? ㅎㅎ)
제가 막 채널을 틀었을 땐, 경기 종반으로 치닫고 있을 때였습니다. 형세는 당연히 백(강동윤 九단)의 우세했죠.
(침착하게 두는 프로와 달리, 000 어린이는 연신 머리를 감싸면서 최고의 수를 하나씩 찾으려 했죠)
하지만, 흑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나이가 무색하게 패기 있는 수를 연이어 꺼내면서 백을 흔들기 시작했고, 비등 비등하게 승부의 추가 가운데로 맞춰지더니, 흑이 전세를 역전했습니다.
역전도 잠시, 캐스터와 해설자의 탄식이 나옵니다.
"아... 이런 수 들을 조금 더 먼저 뒀어야 했는데요"
"아... 이런 모습에서 아직은 공부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너무 신중했을까요? 승리할 수 있는 서너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선수(先手)를 계속 뺏기면서 패색이 짙어지네요"
치열한 수 싸움 끝에 백의 4집 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대국이 끝나고 진행자와의 인터뷰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는 강동윤 九단에게 "끝으로, 000 어린이에게 '이런 부분을 공부하면 좋겠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다'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린 친구에게 조언 한 번 해주세요"라며 마이크를 건넸습니다.
TV를 보는 저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등의 조언이 이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강동윤 九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완할 게 없는데요...(웃음) 저 나이대의 저 보다 훨씬 잘 두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도 놀랐고, 시청하는 저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000 어린이의 굳어 있는 표정이 여느 어린이처럼 밝아졌습니다.
확실한 건, 그 어린이는 두고두고 이 한 마디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한마디가 본인의 바둑 인생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더 빠르게 프로 입단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바둑이 더 좋아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본인도 10년 후엔 꿈나무에게 똑같이 말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본문의 첫 질문으로 돌아와서, 누구나 누군가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던 적이 있을 겁니다.
어릴 때든, 어른이 돼서든요! 나이를 떠나서요!
유명한 과학자는 또래 보다 항상 늦고, 더뎠음에도 누군가 건넨 한 마디 덕분에 역사에 남는 과학자가 됐고요,
늦깎이 나이에 취미 생활 시작한 사람은, 누군가의 한 마디에 남은 반 평생 인생을 여느 전문가와 같은 솜씨를 뽐내는 사람도 있고요.
평생을 수포자로 알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따뜻한 칭찬과 격려 덕분에 수포자를 벗어난 학생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클래식이 좋아 시작한 피아노였지만 교수님과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하루 4~5시간씩 피아노만 연습했던 적이 있었어요!(20대 중반의 나이예요!)
한창 운동을 할 땐, 누군가 지나가면서 하는 몸 좋아졌다는 말 한마디에 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요!
여러분들의 인생 한 마디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