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중3으로 올라가는 시기였습니다.
사춘기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던 그 시절 저의 최대 관심사는 프로게이머였어요.
그 당시, 남학생이라면 한 번씩 꿔봤을 법한 꿈.
팬들 앞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는 선수가 제가 돼야만 했고
우승 트로피, 인기, 명예 다 제 것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과 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생각만 하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A4용지에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부모님을 앉히고 말씀드렸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요.
사실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너무 까마득해서 기억이 안 납니다.
다만, 저의 각오라고 할까요?
이건 누가 말린다고 말려지지 않았을 거라 확신합니다.
얼마나 간절했던지, 그 당시 다니던 학원 원장님까지 설득했어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 학원을 그만둬야 하는데 학원도 그만두고, 정말 연습만 죽어라 하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께 설득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원장님께선 본인 아들도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이 있으셨다며,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습니다.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죠.
그렇게 며칠 후, 새 컴퓨터가 배송이 됐어요.
사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 꿈을 말씀드리고 난 그날 이후, 부모님과 어떠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거든요.
극구 반대를 하시던 아버지의 제 꿈에 대한 허락과 지지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 동안 죽기 살기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들과 방과 후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것도 다 마다하고, 곧장 집으로 와 새벽까지 게임 연습만 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도 당돌하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제가.. 프로게이머가 꿈이라 새벽까지 연습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불가피하게 졸 수도 있는데.. 이해해주시면 안 될까요?"
.
.
.
"매스컴 타면 아는 체 해야 한다~~!"
그렇게 허락의 메시지를 받고 원 없이 게임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토요일에는 당당하게 공문을 제출하고 학교 대신 대회장도 갔고요.
그렇게 꿈에 다가가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네요.
비록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살면서 미련이 남았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해볼만큼 해봐서, 미련이 남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 길이 아니구나 하는 인정도 됐고요.
만약 제가 부모님께, 원장님께 그런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그리고 제 꿈을 저만 간직했다면....
저는 평생을 마음 한 구석 프로게이머에 대한 미련을 달고 살았겠지요.
왜냐면 이 꿈을 갖기 전, 못다 한 도전에 대한 미련을 지금 이 나이에도 아직 갖고 있거든요.
안 해보고 미련 갖느니
조금 더 해볼걸...
하는 후회가 백 번 나은 것 같아요.
물론, 살면서 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 순 없지만요...
지금도, 또 다른 미련 남기 싫어 열심히 인생 설계 중에 있습니다. 그 당시 안 온 사춘기가 이제 온 걸까요??? ㅎㅎㅎ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