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연 Aug 01. 2023

스물두 번째 직업에 도전하는 여자

스물한 번의 직업에 도전한 여자가 있었다.

직장이 아닌 직업이 맞다.


그러니까 돈을 받고 일정 기간 동안 그 일을 했다는 거다.


배우라서 배역을 맡은 건 아니냐고?


글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특정 역할을 맡았다면

한 인생의 배우가 맞으려나?


아무튼 텔레비전에 나오거나 영화, 혹은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는 아니었다.


언젠가는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될지 몰라도,

지금까지는 그저 여러 직업을 전전한 것뿐이었다.


그녀는 디자이너였고, 청소부였으며, 여행 가이드였었다.


또한, 웨이트리스였다가, 보험설계사였고,

방문교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이 여자는 마흔을 훌쩍 넘어

반백 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다시

스물두 번째 직업에 도전하려고 한다.


스물한 번째 직업에 도전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그래, 그 여자가 바로 나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고작 백 년도 안 된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책의 페이지마다 즐거운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가 흘러넘치기를 누구 보다 원했다.


학창 시절에 어느 누가 “인생은 한 권의 책”이라고 했던가!


그 말을 들었을 때의 나는, 나라는 책이 재미있기를 바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는,

스물두 번째 직업에 도전하려는 이때까지는,

충분히 재미있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나라는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내가 스물두 번째 직업에 도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겠다.


나의 이야기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대에게

한 페이지라도,

단 한 줄이라도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길 바라본다.


Pixabay / Shad0wfall님의 이미지


이야기는

한 예비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와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곳은

피자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찜질방 시스템과 비슷했는데,

매장에 입장하는 사람 수대로 얇은 팔찌를 나눠줬다.


그것으로 키오스크에서

피자와 다른 사이드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생맥주 기계에 팔찌를 갖다 대고

각각의 맥주를 직접 따라 마실 수도 있었다.


음식 서빙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셀프서비스였는데,

심지어 맥주잔도 차갑게 식은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이 가능한 장소에 잔뜩 흥분한 나는

예비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는

나의 오래된 워킹홀리데이 메이커로서의 경험담도

들어 있었다.


벌써 20여 년이나 지난 오래전 일이지만,

내가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일 때의 기억은

바로 어제처럼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그때는 여성이 워킹홀리데이 메이커로

성공적인 경험을 이룬 사례가 적었다.


그래서 모 매체에서는 귀국 직후에

그렇게도 나를 인터뷰하려고 노력했었다.


나름 성공 모델이었던 나는, 이상하게도

그때 그 인터뷰가 귀찮았다.


그리고 내 경험담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었다.


나중에,

네이버의 <워킹홀리데이 길라잡이> 카페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때에야 비로써

그 인터뷰를 할 걸 그랬다, 싶었다.


하지만, 이후엔 성공 모델들이 많이 나왔는지,

다시 인터뷰 제의가 들어오진 않았다.


물론, 인터뷰로 내 경험담을 늘어놓고

예비 워킹홀리데이 메이커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터뷰 대신 카페 활동을 열심히 함으로써

그들을 도왔다.


그들의 막막할 앞날에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당장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카페 회원들을 도와주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희망과 용기가 솟아났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크게 워킹홀리데이 전과 후로 나뉘었다.


이전에는 누군가의 길을 따라갔다면,

이후에는 나의 길을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이전에는 망설이다 포기했던 꿈을,

이후에는 일부나마 이루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무나”가 되기보다는 “누군가”가 되고자 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이뤄졌다.


정말 놀랍게도 그게 가능했다.




가능성.



그래, 나는 그것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하고 다닌다.


신선하고 즐거운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피자집에서도,

나는 예비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와 함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다소 불안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이지만

뭐든 일어날 수 있고,

뭐든 해낼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예비 워킹홀리데이 메이커가

성공한 워킹홀리데이 메이커가 되는 가능성을 보았고,

스물두 번째 직업에 도전한 여자가 도전을 완수하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것은 헛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지는 가까운 미래였다.


우리는 서로의 미래를 조금 더 확실히 끌어당기기 위해

서로에게 미션을 부여했다.


약 한 달 동안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뤄내기로 한 것인 그것이다.


스물두 번째 직업에 도전한 여자에게 부여된 미션은,

그녀의 이야기를 스무 개 이상의 글로 풀어내거나,

단 한 번이라도 유튜버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중 하나는 이루었다.


이 글이 그 증거다.


마도 평행 우주 어딘가의 나는 한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속해서 약간의 보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럭저럭 무난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두엇 낳아서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은 나날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평행 우주는 뭐든 가능한 선택의 순간들이 나뉘는 것이니

모두 가능하기도 할 것이다.


다만, 가보지 않은 길 어딘 가에서,

맞이해 본 적 없는 미래에 대한 후회와 탄식으로

절망의 나날을 보내지만 않는다면 좋겠다.


다행히 지금 이 우주 속의 나는,

지나온 나날에 대한 후회나 원망 따위 없이,

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물두번째직업에도전하는여자

#취준생헬퍼

#노하우멘토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