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면접을 보다.

여기서도 나의 역린을 건드렸다. 오늘 유독 쓰리다.

by 정훈보

금요일 채용사이트에서 면접제의가 왔고 마침 그 회사는 집하고 가까운 거리에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2차 전지 산업분야이어서 나는 면접을 수락하였고 오늘 5시에 면접 일정이 잡혔다. 오늘 나는 반반차를 써야 하는데 팀장에게 뭐라고 하고 반반차를 써야 할지 난감하다. 그래서 나는 차량 점검을 간다고 하고 오늘 반반차를 쓰고 우선 집에 가서 양복으로 갈아입고 뻘쭘하게 면접장까지 갔다.


면접장에 도착하니 이 회사는 얼마 전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한 회사라 그런지 조명도 반짝반짝하고 책상도 깨끗하고 투명유리로 되어 있는 화이트 톤의 회의실은 내가 여태까지 면접 보러 간 건물 중에 가장 깔끔하였다. 나는 회의실에서 곧은 자세로 면접을 대기하고 있었는데 누가 들어와서 "왜 이렇게 경직되어 있어?"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다. 그분은 알고 보니 대표이사였다.


면접관은 회계팀 팀장, 본부장, 인사팀장 세 명이서 면접을 진행하였다. 가운데 본부장님이 정감 가는 스타일이었고 팀장님은 나와 비슷한 연배인 것 같았고 인사팀장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면접은 한 40여 분동안 진행되었으며, 내가 가진 경력을 솔직하게 말했고 면접관도 솔직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1.


인사팀장 : 본인이 잘 아시겠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차장직급을 달았지만

여기서는 경력이 채 10년이 되지 않아서 과장도 달아줄 수 없어요.


나 : 저는 회계학과도 나온 것도 아니고 저는 그런 부분 때문에 제가 연봉을 제시한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

회사에서 경력 쳐 주는 만큼 받을 것이다.


본부장 : 그럼 회계 경력은 대충 몇 년 되는 것 같아요?


나 : 저는 7-8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어느 회사든지 물어보는 질문이라 당황스럽지는 않고 면접 볼 때마다 물어봐서 나는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리고 내가 이 회사 와서 수습 3개월 동안 잘 못하면 미끄러져서 경력을 커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2.


회계팀장 : 면접자가 나이도 있고 지금 있는 회사에서 경력관리가 안되었어요. 지금 자기의 갈 길을 정해서 앞 길을 가야 할 것 같아요.


나 : 그 부분은 저도 정말 잘 알고 있는 부분이고 그래서 저는 밤마다 인강 들으면서 지식을 보충하고 있다. 그런데 실무 할 기회가 없다 보니 이론으로 배운 지식도 잊어버리고 있다.


내가 지원해서 간 회사도 그렇고 필요해서 오라고 한 회사 어느 회사를 가든 나의 꼬리표는 비전공자, 많은 나이 대비 적은 경력이었다. 회사가 관심있어서 나에게 면접을 불렀겠지만 그래도 불편해하는 면접자로 인하여 내 마음도 불편해진다.


3.


본부장 : 마지막으로 궁금한 거 있어요?


나 : 회사에 회식은 자주 하는 편 인가요?


본부장 : 두 달에 한 번 있어요


나 : 그럼 갑자기 술 먹자고 하는 번개는요?


본부장 : 그런 건 거의 없어요. 지금 회사는 많아요?


나 : 너무 좋습니다. 저는 회계지식이 부족해서 집에서 인강을 듣고 있어 회식이나 번개가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이렇게 번개가 많고 회식이 많은 것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팀장이 "오늘 저녁 시간 괜찮아?" 그러면 나는 팀장에게 "저는 안 가요" 이러면 다른 팀원들도 가기 싫은데 나만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회식하면 업무의 연장선이라 팀장은 나에게 여태까지 업무를 가르쳐 준 적이 거의 없는데 팀장이 나한테는 "후학 양성 하라"라고 해서 너무 어이없었던 적도 있었다. 팀장은 연대의식이 강해서 우리 팀이 뭉쳐져 있는 모습을 좋아하며 그걸 임원에게 자랑삼아 말한다. 나는 회식 및 번개에 예민해서 면접 때 꼭 물어본다.


오늘 면접에서 내가 가장 쓰려하는 부분을 두 개나 건드려 되게 힘든 면접이었지만, 올해 안에 회사를 옮기기는 옮겨야 할 것 같다. 오늘 면접 본 회사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보다 시스템에 대한 투자, 인력, 복지, 위치 등 지금 회사보다 좋은 부분들이 월등히 많아, 내가 지금 회사에서 받고 있는 처우를 생각해보니, 면접 후 우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위에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연봉 더 후려치면 그냥 안간다고 해야겠다. 지금도 혼자서 3인분을 하고 있는데 그 연봉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 2차전지 회사 수주가 안좋은데 어떻게 지내야 하나? 오늘도 밤에 인강을 들으며 선생님은 개념을 잘 가르쳐주시는데 수업 중에 "고개 쳐 들어"라는 말이 오늘따라 더 거슬린다. 그 인강은 현장 녹화따는 것이지만 괜히 내가 욕먹는 느낌이 나서 피해의식이 생기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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