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팀장님은 내가 많이 틀려도 화 한 번 안 내시고 참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업무 지시 후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셔서 그 점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팀장님과 같이 임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팀장님은 나보다 훌륭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아래의 글은 내가 어릴 때부터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나의 불편함에 대해 쓴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1. 연대의식요구
팀장님은 팀원들과 유대관계를 중요시하신다. 2020년 내가 입사 시 나에게 인수인계 해 주시던 차장님이 2022년 1월에 다시 회사로 입사를 하였다. 나는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동료가 생겼으며 게다가 기존에 있었던 팀 동료들이 이 차장님과 친하게 지내서, 팀 분위기는 이 차장님이 온 이후로 좋아졌고 이 기세를 몰아 워크샵을 기획하기도 하여 다음을 기약할 정도로 잘 다녀왔다. 나는 잠도 많이 가리고 회식이든 워크샵이든 아무래도 위사람이 가시다 보니 행동거지에 신중해야 했기 때문에 즉 워크샵도 업무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야간이든 심야든 적당한 눈치와 적절한 단어선택은 필수였다. 2024년 워크샵 때는 여자 뱀대리님이 만취하시고 막내 사원님이 만취하셔서 소리를 질러 나는 그 꼴을 보면서 남은 술과 음식을 치워놓고 잔 적도 있다. 회사에서 워크샵은 빠질 사람은 빠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고려해주지 않는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워크샵에 갔다. 참고로 나는 그렇게 둥글둥글한 성격이 아니어서 내적으로는 한숨을 내 쉬었지만 혹자가 말하길 나는 워크샵에서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참여를 잘한다고 하였다.
문제는 골프이다. 회사 CFO가 팀장에게 골프를 치라고 그래서 여과장님이 팀장과 골프레슨을 같이 배우러 다녔다. 이때부터 팀장은 틈만 나면 팀원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려고 한다. 결국에는 나도 골프 입문을 해야 했다. 타인의 말에 찬물을 잘 뿌리는 내가 이것만큼은 찬물을 뿌리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처가집에서 20년 된 드라이브 하나 가져오고 중고시장에서 7번 아이언 1개 사서 스크린골프를 가게 되었고 유튜브를 보고 자세 잡고 골프를 치게 되었다. 당연히 공은 잘 맞지 않아 스코어는 엉망이지만 그래도 팀 분위기에 맞춘다고 나까지 골프를 치게 되었으며 재입사한 차장님은 회사 재입사 전에 골프 레슨 받아 놓아서 우리 중에서는 제일 골프를 잘 쳤다. 여대리님과 나는 골프를 별로 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팀원과 어울리기 위해 골프를 시작하였다.
2023년도에는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제주도로 단체 골프를 치자고 해서 나는 어떻게 안 갈지 궁리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감사인은 예전에 한 번 감사를 했던 터라 회사의 약점을 정말 잘 알고 있었다. 나 혼자 회계사를 90% 이상 대응하기 때문에 새로운 감사인은 회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지정감사보다 더 힘든 감사시즌을 보내야 했다. 나는 당시 소송에서 패소하여 변호사를 알아보러 다닌다는 핑계로 나만 제주도를 가지 않았다. 또한, 나는 필드에는 갈 자신이 없었고 당시 골프옷이나 가방도 사야 해서 비용이 부담되었으며 골프만의 허세에 빠져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팀원들 다 가는데 나만 제주도 단체골프를 가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팀장님이 갑자기 골프 치러 가자고 하면 나는 싫은 내색을 내기는 했으나 그래도 집에 양해를 구하고 팀장님이 골프를 치자고 하면 80% 이상 출석하고 한 20% 정도는 못 간다고 한 것 같다.
내가 회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집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었다. 팀원 중에 팀장을 제외하고는 아이가 있는 팀원은 나 혼자여서 그들은 나의 고충을 알 리 없었다. 내가 혼자 사는 노총각이면 골프를 안쳤을 거긴 하지만, 당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 아내는 일이 많은데도 무조건 칼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집안 내외로 아내가 처리하는 일이 많았다. 아들 둘이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그래도 엄마를 찾기 때문에 애들을 잠시 봐주시는 이모님과 바통터치를 빠르게 해야 했다. 아내도 회사에 일이 없는 게 아닌데, 내가 일 때문에 늦는 것보다 골프로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늦어지게 되어 그 부담은 다 아내에게 전가되었고, 그렇다고 내가 육아를 잘하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애들 재우고 집안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골프를 치고 나서 집에 가면 집안일은 미루기 일쑤였다.
또한, 나는 회계지식이 부족하여 새벽에 일어나기만 했고 인터넷 강의의 내용은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 날 골프를 치거나 회식이 있으면 다음날 새벽에 일어날 수 없었고 강의는 점점 밀려서 강의는 듣지 못한 적이 상당히 많았다.
2. 자기가 받은 일을 잘 던지신다.
1번의 영향으로 우리팀원 실무진과는 친해져서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고 팀장님이 안 계시면 실무진끼리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고 오곤 했다. 그리고 팀원끼리 PC방 가서 스타크래프트도 해서 여러 가지 회식을 하였으나, 그렇다고 팀원들이 일을 잘해주는 건 아니었다. 갑자기 회사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업무량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분기 결산을 위해 매입세금계산서를 10일날 마감해야 하는데 그 자료가 20일쯤 나에게 오면 3일 안에 손익보고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었다.
팀원들과 유대관계가 좋은 걸 이용해서 팀장은 실무진에게 일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팀장님도 경영진이 시킨 업무가 많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받아와서 실무진에게 넘겨야지 팀장은 위에서 시킨 업무를 다 받아와서 인원 충원도 없이 실무진에게 던지기 시작한다. 결국 여자 대리님은 우리가 좋지만 일에 질려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 한 사람이 빠지니 모든 업무가 다 밀려났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가끔 CFO가 맛있다고 하는 안주를 사주시는데 나는 고기를 회식 때만 먹을 정도로 고기를 잘 안 먹기도 하고 술을 회사에서만 마시는 건 좀 그래서 3, 4년 차부터는 회식 때 술을 잘 안 먹기는 한다.
2024년에는 팀장이 던지는 속도가 빨라졌고 구위도 직구에서 커브 및 체인지업 다양하게 들어왔다. 팀장은 내 동료차장에게 세법을 다 맡겼는데 팀장은 법인세법이 이렇고 저렇고 일언반구도 없이 담당자로 세워놓고 그 일을 맡기는 방식을 취하였다. 내가 전환사채 회계처리 할 때도 갑자기 내가 담당자가 되었으며 나는 팀장에게 전환사채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고, 책에서 본 지식을 가지고 다른 곳에 물어봐 가면서 습득을 한 걸로 비벼서 회계사와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팀장은 나에게 막내 사원에게는 잡고 알려주라고 하여서 나는 리스회계에 대해서 다 책으로 봤고, 전회사 현회사든 인수받은 게 하나도 없어서 내가 배운 짧은 내용을 사원에게 알려주었다. 전에 지정 감사받았던 감사인 중 한 명이 나에게 "그 회사에서 배울 생각하지 말아요. 차라리 혼자 공부 열심히 해요"라고 했던 기억이 불현듯 스쳤다.
팀워크가 좋아서 업무적으로 서로 끌어주고 밀어줘서 커리어가 쌓이는 것도 아니며,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회사에 있을 때 2번이나 구조조정을 한 상황이라 회사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하며, 대표의 검은 욕망이 다 훤히 보이는데 그걸 실무진에게 던져서 알아보라고 희생을 강요하는 건 조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상의를 안 하는 의사결정방식
팀장님이 아는 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수임하여 회사의 회계감사를 할 때, 같은 회계법인 내의 친분 있는 회계사 말고 다른 회계사님은 대쪽 같은 데가 있으시다. 그 대쪽 같은 회계사님이 이거는 인정을 못해서 매출이 깎이거나 매출원가가 늘어나는 상황이 생기고, 이 회사는 돈을 못 받을 거 같으니 미리 비용을 쌓자고 하신다. 나도 회계사님 말에 동의를 해서 이런 상황을 팀장님에게 말씀드리면 팀장님은 난색을 표한다. 팀장은 나한테 "어떻게든 논리를 짜내서 막아라"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중간에 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대표이사는 감사 전 재무제표를 냈을 때 보고한 숫자에서 틀어지면 팀장이 섭외한 회계법인에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한테 "어떻게든 막아라"라는 특명을 낸다. 그러면 나는 대쪽 같은 회계사님에게 얼토당토 않은 짜낸 논리를 말이라도 해보면 "자꾸 그러면 전쟁이야"라고 해서 나는 난처해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팀장도 불편하고 실무진인 나도 불편하고 그래서 올해 감사인을 수임할 때 팀장님은 "다른 회계법인도 알아보자"라고 해서 나는 팀장님이 전에 했던 카르텔이 있어서 지금 수임하고 있는 회계법인을 어차피 정할 건데 왜 다른 회계법인을 알아보자고 하는지 이치에 안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장은 나와 동료 차장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결국에는 팀장님과 친한 회계법인을 2025-2027년 3년 동안 수임하여 "역시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으며 오히려 지정감사 때 회계사님이 이거는 인정 안된다고 하면 막아도 안 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이 글을 마치며..
상장사들이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없는 기술을 거짓말하면서 주주를 기만한다는 생각을 하니, 주식시장의 눈치게임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회사들도 주가 부양을 위해서 이렇게 거짓말해서 주가부양이 되어 주주들은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팔아 소고기 사 먹으면 되지만 회사는 자기가 돈을 벌기 위해 밑에 사람 찍어 누르는 방식 말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