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원자는 자신의 장점을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았고, 그 당시 여자친구는 취뽀해서 모 중견기업 전선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내 자기소개서를 보더니 되게 황당해했고 이별 때도 나의 자소서에 대해 피드백을 주었다. 나의 자소서를 보고 나의 앞날이 걱정스러웠다라는 이야기... 나는 그 당시 자기소개서에 나의 장점은 꼼꼼함과 성실함이라고 하였는데 내 꼼꼼함의 근거는 논문을 썼다는 것이고, 성실함은 학교가 멀었음에도 중ㆍ고등학교 개근상을 탔다고 기술했던 기억이 난다. 즉, 여자친구는 꼼꼼함과 성실함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내가 지원하는 직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어서 황당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회사는 동네 형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듯하다.
자소서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나는 전역하고 군생활 때 같이 토익 공부했던 소대장님과 사회에서 만났는데 소대장님은 은행원이 되어 있었고, 나의 사정을 알고는 옆중대 소대장이 우리 소대장과 대학교 동기인데, 대기업 건설사 인사팀에 취업했다고 하면서, 우리 소대장은 나에게 옆 중대 소대장한테 무조건 철판 깔고 가서 도움받으라고 하며 옆중대 소대장 전화번호를 주었다. 다행히 옆중대 소대장님이 거절은 하지 않으셔셔 나는 자소서를 들고 그 기업 채용설명회를 하는 서울대로 갔다. 옆중대 소대장님은 촌티를 벗어던지고 직장남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었다. 그 소대장님은 "자소서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나이는 무조건 본다"인데 그 중 우선순위는 "자소서가 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마라톤 한 경험을 토대로 도전정신이 있다라고 썼는데 이런 거는 다 빼고, 회사시스템과 관련된 사회경험을 써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 전공으로 갈 수 있는 직무가 한정적이니 인사팀과 영업팀 중 한 곳을 선택하고 인사팀은 사람을 거의 안뽑으니 영업팀을 집중적으로 잘 넣어보라고 하였다.
회사는 6월에 2차 구조조정이 있을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의 주식전환으로 인하여 나는 회사 지원자의 면접을 꾸준히 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채용사이트에는 지원자가 많지 않아 열린 채용으로 전환하였고 지원자가 관련 자격증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관련 경력이 있으면 면접을 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가뭄에 콩 나듯 온 지원자는 "자신의 발전과 회사의 성장을 시키기 위해서 폐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해서 나는 "우리 회사를 성장시킬 만한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라고 물어봤다.
"지원자님, 우리 회사를 성장시킬 만한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그랬더니 지원자는 자신의 장점을 내가 함정에 걸렸던 꼼꼼함과 성실함을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내가 지원자에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불현듯 지원자의 "꼼꼼하다"의 척도는 어떤 근거인지 불명확했고, 나 같은 경우는 자기가 꼼꼼하다는 이야기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한 로직이 틀린 경우가 많아 결론이 잘 못 도출되면 이미 그 숫자는 신뢰성을 잃기 때문이다. 100을 입력해야 하는데 10을 입력해서 그걸 찾아내는 게 꼼꼼한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틀린 숫자 찾아내라고 월급을 주지 않는다. 팀장님도 자기가 꼼꼼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믿기 어렵다고 하였다. 무슨 근거로 자기가 꼼꼼하다고 하는건지 알 수 없고 그걸 내세우는 지원자의 수(數)가 얕아보인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점을 적을 때 가급적이면 "꼼꼼함"은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는 데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꼼꼼함은 물론 나무를 보는 습관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인사담당자 눈에는 진부하고 식상할지 모른다. 회사생활에서 꼼꼼함은 일단 디폴트다.
"성실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정성스럽고 참되다이다.
나 같은 경우는 개근상을 탔다고 해서 성실하다고 볼 수 없었다. 성실하다의 사전적 의미처럼 정성스럽고 참되다면 자신이 정성을 들인 일에 대해서 그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적고 거기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그걸 기술하면 좋을 것 같고, 결과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때 대처를 어떻게 했는지 임기응변에 대한 기술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유리한 위치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직무도 운(運)이 많이 따라야 하는 것 같다. 업무의 기회도 부여 받아야 경력을 기술할 수가 있지 그런 기회도 부여받지도 못했는데 경력기술을 쓸 수 없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어느 회사나 통용되는 전공의 직무를 쌓으면 좋지만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수성이 강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역량을 가지고 그대로 다른 회사에 적용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직 시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면접자는 이력서로 그 사람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자가 지원자에게 면접까지 오라는 이야기는 회사는 뽑을 의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면접자가 질문을 했을 때 지원자는 최선을 다 해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고,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어떤 미래를 꿈꾸는 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원자도 면접자의 의중을 조금이라도 살필 수 있으며 면접자가 봤을 때 "우리회사와 맞는 것 같다 혹은 우리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나는 지원자의 경력을 보면서 면접자는 내가 아무리 인간적으로는 마음에 들어도, 내 이력서를 보고 질문을 하고 싶어도 물어 볼 수 있는 게 몇 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내 경력의 현 주소를 알 수 있었고 나 역시 지원자와 별 반 다르지 않는 즉, 유리한 위치가 아님을 알았다. 면접은 지원자도 어렵고 면접자도 어려운 소개팅과 같은 자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면접은 그만보고 싶다. 지금까지 8명 정도 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