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기간

by 정훈보

일 년에 두 어번 많게는 세 네번 회사에 회계사가 와서 모든 것을 다 터는 감사기간이다. 나는 회계감사기간 전날에 의식적으로 집안 청소를 평소보다 열심히 하여 집에서는 "내가 집안 청소를 적극적으로 하면 회계사가 오는구나" 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 일종의 시그널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다음 날 드디어 회계감사기간이다. 나는 그리 꼼꼼하지 않은 성격이라 무엇을 실수했는지 나는 영문도 모른 채로 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전화가 한 통 온다. 회계사다 회계사는 "잠깐만 보.."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네 들어갈게요"라는 대답과 함께 비장한 마음으로 회계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일단 회계사 옆자리에 앉는다. 속수무책으로 속사포를 쏟아내는 회계사의 논리에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회계처리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때 이미 혈압은 올라있고 잔뜩 상기되어서 일단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 자리에 앉아 무엇을 잘 못했는지 곱씹어 본다.

자산과 부채계정이 대체되거나 영업 외적인 수익 및 비용이 대체되는 건 그나마 괜찮다. ERP시스템이 없는 회사에서 회계사가 지적하여 손익이 바뀌어 버리면 그룹웨어에 임시저장했던 사직서가 떠오른다. "아 오늘 이 카드를 써야하나? 이 하루살이 인생이여..", "나는 무슨 낯으로 내일 회사를 와야 하는가.." 나는 자괴감에 빠져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면서 집에서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채용사이트를 뒤적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맞다.. 이맘 때 채용공고가 뜨는 건 지금 내가 처한 상황보다 극한상황이겠구나..", "내가 새로운 회사에 간다면 그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회계 감사를 받는 건 나를 두 번 죽이겠다는 이야기이다." "에휴 내일 그래도 최선을 다 하자"고 생각하면서 관심기업만 하트 뿅뿅누르고 하루를 진짜 마무리한다. 내년에는 더 나아진 내가 되자고 다짐하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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