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이라도 해 주실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요새 직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남들 취업할 때 나도 같이 취업해야 나도 좋고 상대방도 불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학교도 늦게 들어갔고, 군대도 늦었고, 그렇게 되면서 직장은 더더욱 늦게 경력을 쌓게 되었다. 지금 내 나이대에는 적어도 나보다 5 - 6년 정도 더 많은 직장경력을 갖게 마련인데 나는 지금하고 있는 일의 관련학과도 나오지 않아 남보다 한 10년 정도 뒤쳐진 상태에서 업무를 따라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기초가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든다.
지난 회사생활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사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보통 사수가 맡은 일을 아래 직원에게 넘길 때 사수는 나에게 10%라도 알려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선 팀장이 나에게 회계처리 업무를 던지면 나는 이 회계처리가 왜 필요한지 모른 채로 기계적으로 하기 일쑤였으며 나는 계산의 검증작업을 거칠 때 내 회계처리가 맞는지 전혀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건 이 회계처리가 왜 필요한지 교육을 통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애들을 일찍 재우고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태에서 내용도 어려워 강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우선은 강의를 다 듣는 것으로 목표로 하였다. 그래도 드문드문 들어오는 지식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혹시 사수는 회계사님?
회계 감사 때, 회계사는 나의 회계처리를 검증해 주는데 검증단계에서 회계사는 내가 책에서 본 내용을 말하는 것 같은데 회계사가 말하는 조각조각을 듣고 그 조각조각이 그냥 조각이 되어 그 조각들은 휘발되어 온데간데 없었다. 이런 내 상태를 보고 회계사는 나를 답답해했고, 회계사가 나를 무시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그럴 때마다 사수가 회계처리하기 전에 좀 봐주거나 하면 되게 좋을 텐데, 회계사가 회계처리해 준 숫자를 반영하여 회사의 매출액이 틀어지면 내가 경영진에 보고 한 숫자는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고 그 민망함은 온전히 내 몫이 되어 버린다. 회계사로부터 어렵게 배운 회계처리는 기억에도 오래 남았고 내가 잘 못 알아들은 개념은 내가 찾아보고 메모해 두면 실제로 쓰이는 거니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런 방식으로 나는 회계처리를 배우고 몸으로 익히곤 했다. (회계사님 미안해요)
내가 생각을 해 보니 "사수에게 도와주세요" 하는 건 욕심이었다
사수 자신의 일도 있는데 경력이 늦어 거북이처럼 길을 가고 있는 내가 나보다 경력이 많고 나이 어린 사수에게 나를 위해 시간을 써 달라고 하는 건 내 중심적인 생각이었다. 보통 회사는 능력이 되면 맡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내용을 모르면 도움을 받아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수도 업무로 피곤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고 자신의 미래도 구만리라 사수도 자신의 코가 석자일 것이다.
사수가 나에게 일을 안 주는 이유는 사수가 생각하기에 아래직원이 아직 실력이 되지 않은데 사수가 아래직원에게 일을 맡겼다가 사수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일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사수 자신도 감정적으로 아래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의 일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디서나 그렇지만 회사는 사람을 많이 탄다. 나의 현재 실력과 대인관계는 위에 사람이 보기에 부족한 면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내 위가 팀장이고 실무를 내려놓으신 상태라, 내 직속 사수는 없지만 내가 매일매일 노력하여 실력을 꾸준히 쌓아 올리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 현재의 실력을 받아들이고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현재 경력이 정체되어 있다고 답답해하지 말고, 내가 직접 공부해서 실력이 느는 소소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회사를 다녀야 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머리를 짜내서 업무하고 집에서 지식을 보충하는 나의 삶이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소소한 공부로 탄탄해진 실력을 길러 앞으로 10년간 애들 대학 갈 때까지만이라도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 이런 책임감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전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