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마음고생 끝내고 잔금 주는 날
2013년 아버지는 나에게 보증금이 낀 집을 증여해 주시고 6년 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자식 및 며느리에게 돈이 많다고 자랑은 하셨지만, 2019년에 돌아가시고 실제로 들여다보니 어머니는 자립해서 혼자 힘으로 사셔야 했고, 임차인에게 줄 보증금조차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4달 있다가 임차인이 이사를 간다고 하여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어머니가 일용직해서 모아둔 돈으로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했다.
집은 손 볼 곳이 정말 많았다.
가뭄에 콩 나듯 임차인이 구해졌으나, 임차인은 요구사항이 많았다. 왜냐하면 오래된 건물이라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배장판은 물론이거니와 방충망도 새로 해야 했고 집의 모든 게 다 낡았었다. 나는 방산시장에 들러 도배장판 견적 보고 출근하고 도배 시공날 도배사는 천장의 나무가 너무 삭아서 책받침 10개 안 사 오면 내일도 나와야 하고 그렇게 되면 인건비를 2배 줘야 한다고 해서 출근길에 문구점에서 책받침을 가지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목수를 불러서 나무 천장 패널을 맞추고 화장실의 리빙우드도 내가 직접 시공을 해 준 것으로 기억한다.
나에게 부동산 직거래는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거래였다.
보통 부동산을 끼고 하면 위와 같은 수리는 부동산이 직접 조율을 해 주는데 전(前)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기 위해 직거래 사이트를 이용했고, 새로운 임차인이 직거래 사이트를 보고 직접 나에게 연락 와서 집이 구해진 케이스라 나는 임차인에게 감사해야 했다. 이번에 들어온 임차인은 남매여서 누나가 나에게 요구사항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동생이 수리에 대한 요구사항을 이야기하기도 해서 나는 임차인에게 끌려 다녀야 했다.
갱신청구권으로 5%밖에 올려 받지 못했다.
내가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은 2019년도 아버지 돌아가시고 1달 있다가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집값이 급등하여 동시에 전세보증금도 2억을 대출받아 이사를 가야 해서 후에 임차인과 돌아올 계약에서 나의 이자비용을 일부 충당하려고 했었다. 임차인은 마침 임대차계약 연장을 하고 싶다 하였으나 갱신청구권으로 보증금의 5%밖에 올리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이 전세를 살면 임차인에게 전가시켜 집주인의 보증금을 올릴 수 있었으나, 나 같은 경우는 임차인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건물 가처분 신청이 되어 있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2023년에 임차인은 나에게 연락이 와서 "등기가 왜 이래요?"라고 해서 나는 임차인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모들은 할머니와 합의를 해서 나에게 소송을 걸기 전 등기에 가처분을 걸어 놓았다. 나는 임차인에게 1심에서 패소한 상태라고 말하였다. 내 생각에 집의 등기에 가처분 신청이 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임차인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보증금을 당장 쌩돈으로 돌려주어야 하는 것보다 임차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달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보증금 올리는 건 고사하고 나는 임차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였고, 나는 10군데 견적을 보아 가장 착실해 보이는 아저씨한테 의뢰하여 건물의 방수공사도 해 드렸다.
오늘 임차인은 이사를 간다.
조합에서 이주명령이 떨어짐에 따라 임차인은 오늘 드디어 이사를 간다. 고모들이 가처분을 풀지 않아서 조합에서 임차보증금 무이자대출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공동등기로 판결이 난 상황이라 동생은 고모들과 보증금을 나눠서 주자고 하는 의견이었고, 고모들과 통화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아 나의 감정만 상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임차인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으로 임차인에게 그 피해를 전가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여, 우선은 보증금은 내가 주기로 하였다.
건물주는 마음 약한 사람이 하면 안 된다
나는 건물주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건물주에도 등급이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건물주는 최하등급의 건물주였고 6년 동안 임차인과 많은 통화를 하였다. 그 집은 여름에는 비에 취약하고 겨울에는 보일러에 취약해서 나는 그 계절이 되어 여름에 집중호우라 비가 많이 오거나, 겨울에 한파가 찾아올 때 몸에서 불안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전화기에 임차인 번호가 뜨면 건물이 오래되어 마음을 졸이기 일쑤였다. 이제는 주말에 뭐 고쳐달라고 전화 안 받아도 되고 마음이 후련하다.
나는 여태 껏 전세 살면서 이사를 마치고 잔금 받을 때가 가장 긴장되었다. 나는 셋방살이하면서 집주인처럼 매일 청소를 해서 맨발로 다녀도 바닥에 밟히는 게 없을 정도로 청소를 하는 편이다. 내 보증금을 받는데도 보증금을 깎아서 주려고 하는 임대인의 다양한 트집 잡기 및 똘끼와 부동산의 임대인 편들기를 몸소 체험했던 적이 100%였다. 예전에 잔금 받을 때 새로운 집 보증금을 주기 위해 부동산으로 얼른 넘어가야 해서 30만 원을 뜯기고 얼른 넘어간 적도 있었다. 내가 겪은 다양한 임대인들은 개성이 다들 강한 임대인들이어서 비위 맞추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임차인에게 정말 인간적으로 해 달라는 거 다 해주고 보증금도 깔끔하게 주었다. 임대인의 수익은 임차인과 싸워서 생기는 걸 알게 되었고, 결국 해 달라는 거 다 해주는 나는 그게 다 나의 비용이었고 그게 손실로 수렴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