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년 차 워크샵 후기

맨 정신으로 워크샵을 관망해 본 결과입니다.

by 정훈보

이번 워크샵은 내가 신장이 안 좋다는 이유를 들어 자진해서 운전을 전담하였고, 9인승 승합차를 끌고 팀원들 모셔다가 내려주는 일을 하였다. 그런데 술을 거의 안 먹었더니 지난번 워크샵에서 못 느꼈던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1. 어른들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함


이번에 9명이 워크숍에 갔고, 여직원 3 남직원 6명이었으나 전무님은 3(여직원) : 3(남자임원) : 3(남자직원) 방 3개를 예약하는 걸 원치 않으셨나 보다. 남자직원에 속하는 나는 방배정이 임원과 나뉘어 럭키를 외쳤으나, 임원인 전무님은 체크인 시에도 집요하게 남자직원은 3과 남자임원 3의 합방을 알아보라 하셨다.


임원분은 내가 대학원에서 느꼈던 교수님 같았다.


나를 비롯한 3명의 남직원은 임원과 방을 같이 쓰게 되면 임원보다 샤워도 늦게 해야 하고 방 뒷정리 다 해드려야 하고 결국 잠을 늦게 자게 된다. 임원 분은 수면 무호흡증, 코골이, 이갈이, 잠꼬대, 팬티만 입고 상탈 해서 주무시는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분이 많다. 임원은 잠자리도 개성이 강하시다.


다음 날 임원 중 한 분이 일찍 일어나시면 남자직원들은 잠도 충분히 못 자고 5분 대기조 못지않은 움직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새벽 1시경에 숙소 근처 반경 10km에 편의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 분은 연세가 50이 넘었으나 컵라면이 드시고 싶다 하여 나는 정말 몸에 경직됨을 느꼈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컵라면 사 올까요?”라고 하면 왕복 1시간이 걸릴 거고 그러면 나의 수면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2. 팀장의 강요


노래도 지시를 받아야 하나요?


임원 중 한분이 노래방 이야기를 하면 꼭 옆에 여직원들은 노래방에 가서 텐션을 끌어올리자고 부추긴다. 운전수인 나는 음식점에서 노래방과의 거리가 있어 직원들이 술도 깰 겸 음식점에서 노래방까지 걸어가길 원했지만, 임원은 차를 극구 타시겠다고 하여 노래방에 모셔다 드렸다. 임원들이 노래 선곡을 하고 나는 흐름 상 내 노래차례가 오는 것을 감지하고 선곡을 위해 머리를 굴린다. 노래방 선곡은 너무 올드하지 않으면서, 또한 너무 MZ 스럽지 않고,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는 노래를 고른다.

형편없는 내 노래가 끝나고 나의 의무는 이행되었다고 생각되어 나는 바로 탬버린을 들고 비트에 맞게 탬버린 열심히 흔든다. 팀장은 나에게 손짓으로 노래를 선곡하라고 시킨다. 술을 먹었다면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만 맨 정신에서 업무 이외에 노래하는 것까지 지시를 받는다는 생각에 좀 불편했다. 그래서 나는 반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 선택을 하지 않았다.


팀장이 노래방에서 잠깐 자리를 비울 때 해방감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노래방에서 팀장눈치를 봤으면 팀장이 잠깐 자리를 비울 때 나는 탬버린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는 쉴 수 있었다. 팀장은 노래방에서 자기가 원하는 흐름이 나오지 않을 때 사회자가 되어 밑에 직원들에게 분위기를 올리라고 하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막내에게 골프를 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팀에는 96년생 남ㆍ녀 동기인 MZ 직원이 있다. 그런데 팀장님은 이 둘에게 굳이 워크샵에서 마음에 담아 놓았던 이야기인 “골프를 쳐서 같이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골프의 초기비용은 비싼 편이다. 골프는 적어도 200만 원 이상 드는 취미 중에서도 사악한 취미 중에 하나이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 악질적인 취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골프 공이 가만히 있고 작기 때문에 예민하기까지하다. 그래서 골프는 연습도 제대로 해야 한다. 아이가 있는 가정의 평화를 깨기에 충분한 그런 취미이다.


MZ 직원 남ㆍ녀 동기 둘은 둘 다 결혼을 전제로 하는 남ㆍ여자친구가 다 있으며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고 자기 월급으로 용돈하고 저축하기에도 애매한 연봉이다. 그런데 팀장이 팀을 위해 골프를 강요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팀장은 임원에게 팀장 자신의 관리능력을 칭찬받고자 밑의 직원을 희생시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은 회사에서 애들 끌어주고 올려주는 것도 아니며 팀장은 위에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등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기도 바쁘다.



3. 여직원들은 쇼핑이 과하다


여직원들은 자신이 먹고 싶다 하면서 회사 돈을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다.


임원 분들 시장하지 않게 하기 위해 여직원들은 마트에서 장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여직원과 마트에 따라 사면 이것도 먹을 수 있고 저것도 필요하다 하여 일단 많이 사고 본다. 그리고 임원 분들 숙취해소제를 산다고 하여 효과도 없는 숙취해소제를 10만 원 이상 산다. 음식점에서도 일단 다 시키고 갑자기 배부르다며 음식을 남기는 일도 많이 봤다. 이번 워크샵에서도 그랬고 저번 워크샵에서도 그랬고 결국에 다 남은 건 쓰레기이고 그 뒤처리는 남직원 3명이서 다 해야 한다. 여직원들은 싹싹해서 임원들은 여직원들을 좋아하고 임원분들과 스스럼없이 술도 잘 마셔서 인기가 좋다. 가운데 남직원 3명은 아래 위로 시다만 하다가 피곤해 잠이 든다.


4. 워크샵은 이제 아닌 것 같다.


이번 워크샵때 먹은 음식들이 이렇게 맛없게 느껴질 줄이야...


이번 워크샵때는 숙소에서 내가 술 한 방울만 먹고 거의 맨 정신으로 모든 장면들을 보니 내가 그동안 놓친 포인트가 많이 있었다. 밑에 남자 직원은 워크샵을 위해 회사 돈을 횡령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지만 이렇게 까지 임원과 팀장의 욕심에 놀아나는 이 현실이 슬프기만 했다. 내가 갔던 3번의 제주도는 모두 악몽이었으며, 가족들과 여행은 제주도를 가고 싶지만 가족들과의 여행 때 제주공항에 내리면 왠지 슬퍼서 안 가고 싶다. 나는 이번 제주여행에서 진수성찬이 많았지만 가장 맛있었던 것은 면에 청양고추를 곁들여서 먹었던 라면이었다. 음식은 누구와 먹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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