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먼저 줄여보겠습니다.
별다방이 전국에 얼마 없었을 당시, 종로 제일은행 건물을 지나갈 때면 가끔 별다방에 들러서 기분을 전환하곤 하였다. 거기서 별다방의 하루는 망고스무디와 하루는 카라멜 마끼야또를 마셨을 때 그 달달함과 깔끔한 맛은 나를 위로하기에 충분하였다. 당시 식대와 비슷한 가격의 별다방은 1년에 한 번 정도 방문을 하였던 것 같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 회사 및 서식지에서 별다방은 흔해서 잘 가지 않았고 우리 동네에는 없었지만 회사근처에 모 유업이 운영하는 커피프랜차이즈가 있어 그곳의 라떼를 사 먹게 되었다. 그러나 퇴근하기 바빠 그것도 일 년에 두 어번 찾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끝나고 먹는 두유 말차라떼는 아침 대용이었다.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한의원 건물에는 별다방이 있어서 일요일 오전 한의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면 별다방 오픈시간인 7시의 첫 손님으로 시럽없는두유말차라떼를 주문하였다. 직원에게 옵션을 하나하나 말하기 불편하기도 하고 내가 가끔 시럽을 넣어서 주문을 하여 원하는 음료가 안나올 때도 많았다. 그래서 별다방 어플의 "나만의 메뉴"에서 충전해 놓은 잔액으로 주문을 하였다. 말차라떼는 아침 대용으로 먹기에 좋았고 이 말차라떼는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카페인도 있는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에 빨래 및 청소를 하는데 약간 각성된 상태에서 혼자 집안일을 하니 기분탓이지만 음료로 인해 피해의식도 조금 줄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두 잔인데 어때?
이렇게 생각하고 매달 용돈을 받으면 어플에 금액을 일정금액 이상 충전하게 되었다. 주말에는 아내와 장을 보고 나서 카페에 들러 주말 노동에 대한 힘듦을 카페의 음료로 각성시키고 있었다. 음료는 노동의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지만 따져보니 내가 지출하는 음료의 비용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매일 편의점에 들러 산책을 위한 음료비용도 꽤나 들었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지금 나는 비용 들어갈 곳이 많다. 폰을 5년째 쓰고 있지만 소송 걸렸던 집 마지막 재산세도 내야 하고, 조합이 나에게 소송 걸어서 방어를 위한 변호사비용도 지불해야 하고, 피해자 합의금도 생각해야 하는 등 지금 내가 충당해야 할 비용들이 많다. 이번 가을에는 내가 새로운 옷을 사지 않아서 나름 아껴 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내 용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아주 잠시 위로가 되는 비용들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대비 지출은 학생보다 적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여서 큰 돈 들어갈 때 조금은 보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